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시(SPC) 사옥 앞 농성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5년 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을 해소할 목적으로 설립된 에스피시(SPC) 피비파트너즈의 관리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이어 노동부 수사로 민주노총 노조 탈퇴 종용 등 ‘불법’이 확인된 뒤에도 회사 쪽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어, 28일부터 지회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 성남지청은 지난 2월 민주노총 노조 조합원을 덜 승진시키고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한국노총 노조에 가입할 것을 종용한 혐의로 피비파트너즈 관리자인 사업부장 6명과 제조장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들이 근무하는 피비파트너즈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우선 2017년 노동부가 제빵기사 불법파견을 적발하고 파리바게뜨 본사(파리크라상)에 시정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불법파견과 임금체불 이슈를 처음 제기한 임종린(현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씨 등이 만든 민주노총 노조가 있다. 뒤이어 한국노총 산하에 만든 노조와 협력업체 관리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업노조가 통합된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가 있다. 중간관리자들이 주요 간부를 맡고 있는 한국노총 노조는 조합원 숫자를 불려 현재 4천여명이 넘는 반면, 민주노총 노조는 많을 때는 750명에 달했다가 현재는 240명 대로 쪼그라들었다.
민주노총 노조의 조합원 숫자 감소 배경에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문을 보면, 피비파트너즈 관리자들은 신규 입사자에게 한국노총 가입원서를 주며 가입을 종용하거나, “본부장이 시켜서 어쩔 수 없는데 한국노총 가입 안해도 되니 민주노총만 탈퇴하라” “민주노총에 남아있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며 탈퇴를 종용했다. 탈퇴 종용 대상에는 육아휴직 중인 조합원도 있었다. 승진 인사를 앞둔 지난해 초에는 ‘탈퇴 종용’이 더욱 본격화됐다. 지난해 7월 “회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탈퇴 숫자에 따라 돈이 지급됐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0%로 만드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었다”는 퇴직한 중간관리자의 증언이 나왔다. 중간관리자가 탈퇴서를 위조해 제출한 사례도 확인됐다.
회사는 실제로 승진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을 차별했다. 지난 2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을 보면, 전체 승진대상자 가운데 한국노총 소속은 30%가 승진한 반면, 민주노총 소속은 6%만 승진했다. 승진은 정량평가 70%와 정성평가 30%로 결정되지만, 실제 승진은 사업부장이 승진대상자 400여명에게 점수를 매기는 정성평가의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지노위 분석결과 나타났다. 지노위는 판정문에서 “1년에 1∼2차례 대면하는 것에 불과한 사업부장이 대인관계·희생정신 등을 임의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며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만한 합리적 사유나 객관적 입증자료를 회사가 제시하지 못하므로 회사의 민주노총 노조에 대한 비우호적 시각이 반영된 승진차별이자 불이익취급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임종린 지회장이 서울 양재동 에스피시(SPC) 사옥 앞에서 단식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제공
사정이 이러한 데도, 노조의 고소로 수사를 진행한 노동부는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했다. 노조는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노동부는 “법원에서 기각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반의 노동부의 태도와는 다르다. 피비파트너즈와 비슷하게 민주노총 조합원 탈퇴 종용과 승진차별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던 옛 한화테크윈의 경우 노동위원회 판정을 근거로 2017년 노동부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회사의 ‘노조파괴 전략’ 문서를 확보하고 회사 주요 경영진이 징역형 판결을 받았으며,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주요증거로도 쓰였다.
반면 피비파트너즈는 노동부가 증거를 거의 확보하지 못하다보니, 노조가 스스로 수집해 제출한 녹취록·진술서만이 ‘기소의견 송치’의 주요증거가 됐다. 승진차별은 8개 사업부에 걸쳐 조직적으로 일어났음에도 사업부장 6명만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을 뿐, 경영진 윗선은 송치대상에서 빠졌다. 심지어 노조법의 ‘양벌규정’에 따르면 피비파트너즈 법인도 처벌대상이지만, 노동부는 법인을 송치하지 않았다.
노조를 대리하는 손명호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승진차별은 개별 관리자 한 두 사람이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기업 안에서 구조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며 “노동자들은 회사 자료에 접근할 능력이 없어 국가·수사기관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수사기관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성남지청 관계자는 “회사가 임의제출한 피시(PC)와 서버를 디지털 포렌식해 증거를 확보하는 등 압수수색에 준해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며 “법인을 송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아직 검찰 기소 전이라,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휘하면 노동부 성남지청이 법인을 다시 송치할 수도 있고, 검찰이 법인을 함께 기소할 수도 있다.
회사는 29일 <한겨레>에 “승진 심사는 규정에 따라 이뤄졌으며, 노조활동 개입도 없었다”며 “상호간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계속 진행중인 사안으로 결과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승진차별 지노위 판정에 대해선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하고, 노조 탈퇴 종용 중노위 판정에 대해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오히려 노조가 농성 때 사용한 피켓의 문구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내고, 이를 근거로 노조의 조합비와 임 지회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임금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임 지회장은 지난 28일부터 서울 양재동 에스피시 사옥 앞에서 노조탄압 중단, 피해원상회복, 노조탄압 불법행위자에 대한 처벌, 공개사과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임 지회장은 “사람답게 좀 살아보자고, 우리 근무환경 좀 바꿔서 더 좋은 회사 만들어보자고 모인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노동위원회 판정과 노동부 수사에도 회사는 노조탈퇴공작을 지속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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