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 사단법인 일과건강이 11일 국회 회의실에서 ‘화학물질 중독 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고 토론하고 있다. 일과건강 제공.
직원 13명이 급성 간 중독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된 자동차 부품 제조사 ‘대흥알앤티’가 중독 사태 이전부터 배기장치의 성능 미흡을 방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준기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 사무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화학물질 중독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직원들의 무더기 간 중독 사태가 있기 전에도 회사가 공장 내 배기장치 기능을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남 김해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대흥알앤티에선 세척 공정 직원 13명이 세척액에 든 트리클로로메탄에 중독돼 급성 간 중독 판정을 받았다. 휘발성이 강한 트리클로로메탄을 쓸 때는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해 인체에 기준치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대흥알앤티에 설치된 국소배기장치는 사고 이전부터 성능이 미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장은 “국소배기장치가 제 기능을 못한 지 오래돼 노조가 지난해 9월부터 장치 풍속을 높여달라고 요구했고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도 이런 사실을 지적하며 개선하라고 통지했다”며 “회사가 장치 풍속이 미흡하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금액 부분이 부담스럽다며 노조와 논의 없이 일부 장치만 개선했다”고 지적했다.
노사가 안전에 관해 협의하는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를 회사가 형식적으로 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사무장은 “노동조합이 2019년부터 28건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공문을 보내 작업환경 측정 결과와 설명회,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요구했고 안전사고 시 재발방지대책도 세우자고 했지만 단 한 차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장은 “회사 내부에 화재가 발생해 산보위 위원이 진압하러 달려갔더니 회사 쪽이 ‘복무질서 문란행위’라고 규정하고 출입을 막았다”거나 “중독 사고와 관련한 간부 회의를 진행하려 하자 회의실을 빌려주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노조 조합원이 산보위에 소속돼도 정작 사고 조사나 대책 마련 과정에선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대흥알앤티 쪽은 “토론회 내용을 전달 받지 못해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유해물질을 사용하면서도 사업장이 제대로 독성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은 대흥알앤티만이 아니다. 앞서 직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려 문제가 된 두성산업도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비록 대흥알앤티와 두성산업에 납품한 세척액 제조사 유성케미칼이 세척액 성분을 사실과 다르게 안내하긴 했지만, 두 기업 역시 유해물질을 사용하면서도 관리 조처가 미흡한 정황이 있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화학물질 관리 책임을 제조사에게 주로 부여하는 현행 법 체계를 확장해 화학물질 사용 기업에도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순 직업성암119 활동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등 현행 관계 법령이 주로 제조사의 관리 책임을 규정하고 있어 이번 사태처럼 화학물질 사용 기업이 물질의 관리 책임은 법에 명확히 적혀있지 않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화학물질 사용자의 관리 의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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