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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뉴스AS] 지금도 지역 격차 심각한데, 최저임금 ‘지역 차등’ 하자고요?

등록 2021-08-03 04:59수정 2022-08-18 15:27

[뉴스AS] 최재형 전 감사원장 최저임금 발언 논란

‘지역간 격차 심화’ 결론난 방안
먼저 시행하고 있는 일본서도
“임금 낮은 지역서 도쿄로 출근”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상관관계
근거 부족한데 “범죄” 표현 논란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하빌딩에 마련된 ‘열린캠프’에서 열린 프레스룸 오픈 데이에 참석,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하빌딩에 마련된 ‘열린캠프’에서 열린 프레스룸 오픈 데이에 참석,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최근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고 규정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을 대안으로 꺼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은 되레 지역 간 격차를 심화할 수 있어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이미 나온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최 전 원장이 헌법이 보장한 최저임금제 시행과 관련해 과거 인상 효과를 ‘범죄’로 규정한 걸 두고 대선 주자로서 메시지 관리에도 미숙한 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 전 원장은 지난 31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기업 유치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배진한 충남대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이 분 말씀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의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또 “최저임금 인상은 좋지만 일자리를 없애는 최저임금 인상은 나쁘다”며 “일하고 싶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먼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그간 경영계가 해마다 최저임금 심의 때 제기했던 주장이다. 경영계는 수도권과 지역의 생활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도 그에 맞게 달리 적용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인건비 부담이 낮은 지역에 터를 잡으려는 기업들이 더 많아져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영계의 주장과 달리 지역별 차등이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고용노동부가 운영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노·사·공익위원 추천 전문가 18명은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에 대해 검토한 결과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의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노동력이 이동해 수급에 왜곡이 생길 우려가 있으며 △국민통합과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봐서 불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한국이 하루 만에 전국을 이동할 수 있는 ‘일일생활권’이라는 점에서 지역 간 임금 격차가 노동력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른 국가보다 크다고 봤다. 이에 경영계가 주장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도 2022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진 지난달 이와 비슷한 취지로 심의위원들이 다수결 투표를 해 부결시켰다.

최저임금을 연구하는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지금도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문제가 심각하고 기업들도 구인난 때문에 지역으로 안 내려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 차등 적용을 하는 일본도 낙인효과를 우려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부딪혔고 실제로 최저임금이 낮게 적용되는 지역의 청년층이 최저임금이 높은 도쿄로 한 시간 이상 이동해 출퇴근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도 “최저임금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임금 하한선으로서의 형평성인데 지역별로 차등을 두기 시작하면 각 지역의 임금 분포며 생산성 차이 등을 따지는 과정에서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저임금 노동자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현재로서 전국 단위 최저임금만큼 실효성이 큰 제도는 없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최저임금제를 활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9개국 가운데 지역별 차등을 적용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주로 영토가 넓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큰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지역별 차등을 택하는데, 이들 나라와 달리 지역 간 이동 거리가 짧고 지방 분권화 수준도 덜한 편인 일본은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에 따른 임금 격차와 인력 유출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자료를 보면,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가장 많은 도쿄(1013엔)와 가장 적은 돗토리(792엔) 지역은 221엔(한화 약 2317원)이나 임금 격차가 난다. 일본보다 지역 간 이동 거리가 짧고 수도권 중심주의가 강하며 지방 분권화 역시 덜한 한국의 경우 이런 격차에 따른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최 전 원장이 “최저임금 인상 좋다. 그러나 일자리를 없애는 최저임금 인상은 나쁘다”며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단선적으로 판단한 것도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과 고용 사이의 상관관계는 복잡한 변수 통제 때문에 미국의 선행연구를 비롯해 2018~2019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연구한 한국 연구진들도 결론내지 못한 주제다. 이제까지 발표된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논문 가운데 3편은 최저임금과 고용 사이의 부정적 상관관계를 확인한 반면, 7편은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16.4%와 10.9%로 각각 올린 2018년과 2019년 취업자 수는 전년도보다 각각 9만7천명, 30만1천명 증가하기도 했다.

과거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두고 ‘범죄’ 발언까지 나아간 것과 관련해,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저임금을 차별화하자는 주장 자체는 할 수 있지만 (범죄라는 단어를 쓴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맞물려 최 전 원장이 강하게 말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은 것 같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가 많아지면서 자신을 차별화하려다 보니 생기는 문제인데, 장기적으로는 중도층을 포용하려 할 때 부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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