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접종을 앞두고 백신을 주사기에 분주(주사기에 나눠 옮기는 행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희귀 혈전증’ 부작용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이 숨지면서 그동안 정부가 ‘접종 속도전’에만 치중하고 부작용 대응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7월부터 50대 이하 청장년층 인구에 대한 대규모 접종이 시작하는 데다 여러 종류의 백신들이 대량 도입되는 만큼 30살 미만에만 접종을 제한했던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접종제한 연령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전날 발생한 백신 부작용 사망자와 관련해 “사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상반응 발생과 사망까지의 경과를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하겠다”며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 단장은 연령제한 정책 변경에 대해선 전문가 검토, 위원회 검토를 진행해야 해서 당장은 답변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백신 부작용으로 숨진 30대 초반 남성은 지난달 27일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을 접종한 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을 진단받고 뇌출혈을 일으켜 전날 오후 사망했다. 국내에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부작용인 희귀 혈전증이 확인된 건 이번 사례까지 두 건이었는데, 사망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희귀 혈전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반복적으로 설명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망 사례를 포함해 국내 부작용 사례 두 건은 초기 진단과 대응이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례 모두 각각 접종 12일, 9일이 지나 두통 등으로 의료기관을 찾았지만, 통상적인 약물 처방 뒤 귀가 조처됐다. 결국 이들은 며칠이 더 지나 경련이나 의식 저하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서야 의료기관에 입원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혈액 검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팀장은 이날 사망 사례와 관련해 “평소하고 다른 심한 두통이었지만, 두통이란 증상이 비특이적인(두드러지게 다르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1차 의료기관에서 의심하는 부분에서 어려운 점들이 있었던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발열·두통 등 보편적인 이상반응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접종자가 흔한 상황에서 1차 의료기관이 희귀한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의심하지 않았던 현실을 보여준다. 사망에 이른 두번째 사례자가 찾은 1차 의료기관은 의원급이었지만, 첫번째 사례자는 상급병원 전문의를 찾았는데도 처음엔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게다가 현재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을 최종적으로 확인해 진단할 수 있는 검사기관은 국내에서 한 곳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낮은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부작용 대응에 소홀했던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정부가)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위해 ‘속도전’에 치중한 것은 아닌지 봐야 한다”며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 부작용 관련 증상을 경고하고, 의료진이 어떻게 증상을 의심하게 할지를 안내하고, 희귀 혈전증을 최종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의 위험과 이득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이전에는 다른 나라의 발생률과 치명률을 바탕으로 평가했는데, 이제는 한국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지금까지의 접종 숫자와 발생률, 코로나19 유행상황, 3분기에 들어오는 다양한 백신 공급 상황을 바탕으로 평가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 엠아르엔에이(mRNA) 백신의 경우, 부작용으로 심근염이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도 위험과 이득을 평가할 때 고려사항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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