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9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인 희귀 혈전증 사례가 국내에서 두 번째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이 백신 접종을 30살 미만에 대해서 제한했으나, 부작용 발생 사례가 모두 30대 남성에게서 일어남에 따라 현행 연령 제한 정책에 대한 추가 논의가 뒤따를 예정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6일 “두 번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확정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30대 초반 남성으로, 지난달 27일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9일 뒤인 지난 5일에 심한 두통과 구토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지난 8일에는 증상이 악화하고 의식이 저하돼 상급병원을 찾은 뒤 뇌 영상 검사에서 혈전과 혈소판 감소, 뇌출혈 등이 확인됐다. 그는 지난 15일 백신 부작용으로 등재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발생했다는 최종 진단을 받았으며,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국내에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 사례가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이 환자 역시 30대 초반 남성으로, 그는 지난 4월 말께 감염취약시설 종사자로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뇌정맥혈전증과 뇌출혈, 혈소판 감소 등을 진단받았다.
추진단은 지난 13일까지 30대에게 이뤄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건수가 약 57만건인 것으로 집계했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팀장은 “(발생률이) 처음 유럽에서는 100만명당 3~4명이 나온다고 했고, 그 이후 10만명당 1∼2명으로 보고되는 국가들이 있다”며 “국내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아직 (발생률이)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에서 30살 미만에게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20대에게는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이득보다 부작용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코로나19는 나이가 적을수록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할 확률이 고연령층보다 매우 낮다는 특성이 있다. 국내 부작용 사례들이 30대 2명에게서 발생한 만큼 30대 연령층에 백신 접종의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는 계산이 유효한지를 묻는 질문에 추진단은, “접종 건수, (부작용) 발생 현황을 바탕으로 관련 전문가와 다시 한 번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여겨진다”며 “그런 작업도 병행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연령 제한을 상향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60살 미만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이탈리아는 1차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60살 미만에게는 다른 백신으로 교차 접종을 승인했다. 영국도 지난 5월 연령 제한을 30살에서 40살로 상향했다. 이 밖에도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자국민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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