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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코로나 방역 필수인력 ‘간호조무사’ 당당한 보건의료인이죠”

등록 2021-05-30 19:07수정 2021-05-31 09:39

[짬] 전북간호조무사회 최영란 회장

지난 5월 25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전북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 토론자로 나선 최영란 전북간호조무사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지난 5월 25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전북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 토론자로 나선 최영란 전북간호조무사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전 회원들의 대면교육에서 ‘저의 이름은 보건의료인 간호조무사입니다. 저의 이름은 보건의료인 간호조무사입니다’라고 두번을 소리 높여 외쳤어요. 간호조무사의 역할과 소명의식을 당당히 밝히려는 마음이었죠. 오늘 2021년 5월25일은 간호조무사가 간호인력의 중요한 한 축임을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25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전북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 토론자로 나선 최영란(50) 전북간호조무사회장의 간절한 표현이다. 이날 전북노동정책연구원 등은 지난해 9월 전북 지역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간호조무사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중앙회는 2016년부터 전국 규모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전북지역에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
작년 9월 전북지역 조무사 631명 대상
코로나19 이후 불이익 경험 ‘81.5%’나
“병원내 ‘선생님’ 호칭도 조무사만 빼고”

전문대·학점은행 등 ‘전문과정’ 필요
“보조자 아닌 의료현장의 한 축 자부”

지난 5월 25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전북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북본부 제공
지난 5월 25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전북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북본부 제공
전북지역 간호조무사 631명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 81.5%가 코로나19 이후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유형별로는 다른 업무 배치나 다른 부서로 이동(73.5%)이 가장 많았고 ‘연차소진 강요’(32.2%) ‘해고 또는 권고사직’(22.8%) ‘방역 관리 미흡에 따른 안전보건 위협’(16.2%) ‘휴업수당 수령’(15.4%) 등 순이었다.(복수 응답) 병·의원에서 마스크를 100% 지급하는 비율은 40%에 그치고, 개인이 마스크를 100% 구매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대병원에서 20년 넘게 근무 중인 한 간호조무사가 ‘병원 밖에서는 지인이나 가족 누구를 만나는 자리에서든 자신있고 떳떳하며 행복한 데, 병원에만 출근하면 바보가 되고 움츠러든다’고 말했어요.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 음지에서 마치 죄인인 양 위축된 채 일하는 수많은 간호조무사들이 당당해지길 바랍니다.”

전북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자료.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북본부 제공
전북 보건의료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자료.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북본부 제공
1991년부터 30년 넘게 간호조무사로 일해온 그는 2019년 3월 전북지역 간호조무사 1만여명을 대표하는 회장을 맡았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땄고, 보건복지대학원도 다니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기본적인 간호사 보조는 물론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아래 간호·진료를 보조하고 요양기관·보육시설(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 등에서도 활동중이다.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간호학원(1년) 또는 특성화고교(3년)에서 740시간 이상 이론교육을 받고, 780시간 이상 실습과정을 마친 뒤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퇴근 뒤 여러차례 전화와 전화우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2019년 말 기준 간호조무사 자격취득자는 76만명이고 취업자는 21만명이다. 그 가운데 코로나 대응(약 3200명)과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조무사의 취업비율이 54%에 이른다. 이는 의료현장에서 간호조무사가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간호인력이란 얘기”라며 “하지만 ‘고졸 출신’, ‘학원 출신’ 등 비하와 낮은 사회적 편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년 전 일하는 병원에서 병원장이 바뀐 뒤 직종 간 위화감을 없애고 협력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직원 사이 호칭을 모두 ‘선생님’으로 하기로 했는데, 간호조무사만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단다. 이에 그가 병원간부를 찾아 문제를 제기해 결국 간호조무사도 선생님으로 부르게 됐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아직도 ‘○○씨’, ‘아줌마’, ‘여사님’으로 불리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는 국내에서만 관객 1천만명이 넘었던 영화 <국제시장>을 계기로 주목을 받았던 파독 간호사의 40%가량이 실제는 간호조무사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금도 간호조무사가 일선 간호인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간호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대 간호조무사 양성과정 신설’ ‘영역별 간호조무사제 도입’ ‘학점은행제를 통한 간호조무 전공 전문학사제 실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 한방울 한방울이 모여 마침내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라는 말처럼, 간호조무사들이 서로 한마음 한뜻으로 마음을 모아갈 때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떳떳하고 당당했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있게 지켜봐 주세요.”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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