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광주 북구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예방센터에서 북구 보건소 의료진이 접종 도중 잠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연합뉴스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항체 생성기간 2주가 지난 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우를 뜻하는 ‘돌파 감염’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감염자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20대 간호사다. 화이자 백신의 중복 접종 사례도 4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영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21일 브리핑에서 “국내 접종 사례 중에서 돌파 감염의 정의에 해당하는 사례는 현재까지 1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앞서 러시아 스푸트니크 브이(V) 백신을 두 차례 맞고 입국해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창원 30대 남성의 경우, 항체 형성 기간인 2주 이내에 감염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돌파 감염으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돌파 감염 사례자는 영남 지역에 거주 중인 20대 의료인이다. 이 사례자는 지난 3월18일과 4월8일 2차례에 걸쳐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았다. 이후 지난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2차 접종으로부터 한 달 뒤인 이달 초 어버이날 가족 모임에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 팀장은 이 사례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특이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이 사례자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검사하는 중이다. 최근 울산 등 영남 지역에서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지는 중이다. 방역당국은 “돌파 감염 사례들의 전파력은 역학적으로 관련 사례들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모인 이후에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백신의 예방효과가 100%가 아닌 이상 앞으로도 돌파 감염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접종 완료 뒤에도 방역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팀장은 “돌파 감염은 앞으로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면서 지속적으로 보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럼에도 백신 접종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고, 2차 전파를 일으키는 정도도 낮아진다. 2회 접종을 완료해도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단은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한 번에 두 차례 접종받은 중복 접종이 4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달 8일 발생한 중복 접종은 전날 접종을 마치고 이튿날 또다시 접종했고, 역시 지난달 16일과 28일 발생 사례는 당일에 두 차례 접종이 이뤄진 사례다. 이 사례들은 접종 이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일어났던 것으로 추진단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중복 접종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양동교 추진단 접종시행반장은 “중복 접종 사례가 발생한 지방자치단체는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요청했다”며 “다른 지자체에도 대상자 확인, 등록 여부 및 접종 이력 확인을 철저하게 지켜달라고 추가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또한 추진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바이알(병) 개봉 기준을 사전예약자 7명에서 5명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루 사전예약자가 7명을 넘지 않는 경우 위탁의료기관이 예약자들의 일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민원 발생으로 생기는 행정 부담으로 지침을 변경해달라는 건의가 있었다는 것이 추진단의 설명이다. 그동안 추진단에서는 위탁의료기관에서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접종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지침을 운영해왔다.
다음날인 22일부터는 3주 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재개된다. 이번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대상자는 75살 이상 199만여명과 노인시설 이용·입소자 및 종사자 2만여명 등 약 201만명이다. 전체 대상자 366만여명 가운데 164만명(45.0%)가량이 이미 1차 접종을 마쳤다. 정부가 기대하는 고령자 접종률은 80%로, 미접종자 약 201만명 중 128만명이 1차 접종을 하면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화이자 백신 잔여 물량은 이날 새벽 도착한 ‘코백스 퍼실리티’(세계 백신공동구매 연합체) 공급분 29만7천회분을 포함해 모두 116만5700회분으로 오는 6월까지 개별 계약분 368만8천회분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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