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코로나19 백신 83만5천회분이 항공기에서 내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시노팜 등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을 외국에서 접종한 사람도 국내에 입국할 때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미국이 이 백신의 자국 내 사용을 아직 승인하지 않은 터라 미국령 괌에 가지 못하는 등 차별을 받을 것이라는 야당 인사의 주장을 두고는 “현실성 없는 지적”이라고 일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7일 ‘입국 뒤 자가격리 면제 대상’이 되는 국외 백신 접종완료자와 관련해 “(한국 등) 해당 국가에서만 승인된 백신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상당히 범위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종완료자는 해당 백신별로 정해진 횟수를 모두 접종받고 나서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는 기간인 2주가 지난 사람을 이른다.
현재까지 세계보건기구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은 화이자(미국·독일), 모더나(미국), 얀센(미국),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인도 세럼연구소, 시노팜(중국)에서 생산한 6가지다. 이 밖에도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브이(V) 백신 등이 세계보건기구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상태여서 앞으로 승인 백신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입국 때 자가격리 면제 등을 적용받을 ‘백신 여권’을 두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없다. 한국도 관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외교부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도 아직 백신 여권을 공식화하진 않았다. 다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입국 때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접종 백신에 자국 내 긴급사용이 승인된 백신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은 주별로 격리 면제를 적용하는 수준이 다르다. 괌의 경우 미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백신인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의 접종완료자에 대해서만 입국 때 열흘간의 자가격리를 면제해준다. 이에 박인숙 전 의원(옛 미래통합당 소속)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서 “화이자 맞은 사람은 괌 여행을 갈 수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맞은 사람은 못 간다”며 “앞으로 접종 백신 종류에 따른 이런 차별이 다른 지역, 다른 상황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에서 상반기 도입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은 미국 입국에 차별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이 백신별로 차별해 입국을 금지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미국 등과 국가 간 협상이 진행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완료자까지 자가격리 면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박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세계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고, 접종자 가운데 외국지도자도 많기 때문에 현실성 없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청장은 “아직 국가 간 예방접종증명서를 어떻게 상호 인증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두고 협상이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에 대해서도 그런 부분을 같이 평가하고, 상호 인증하는 절차, 방법론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은 사람은 괌에 입국 못 한다’는 문장은 글 제목을 짧게 뽑다 보니 그리된 것”이라며 “‘입국 못 한다 가 아니라 2주간 격리해야 한다’가 정확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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