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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똑똑, 60대 독거 장애인 찾아온 의사…이런 ‘거리두기 완화’

등록 2021-05-08 15:41수정 2021-05-08 23:49

[토요판] 남의 집 드나드는 닥터홍
㉒ 가까운 손길이 보약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역설적으로 코로나 덕분에 인연이 이어졌다. 간호사 선생님부터 의사인 나에게, 의료인 이전에 활동지원사님까지.

미래 건강 돌봄에 최첨단 원격 의료 기술도 필요하겠지만 여전히 의료인의 방문 건강관리, 돌봄 노동자의 손길이 절실하다.

“지원사님이 시간 내서 근력 운동을 도와주시는데 그게 저에겐 보약이에요.”

재훈(가명)님은 왜소한 체격을 지녔다. 8형제 중 막내라고 하는데 자신만 이런 몸 상태라고 한다. 15년 전 사별을 하였는데 결혼할 때 혹시 자신과 같은 자녀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여 자녀 계획을 접었다고 한다.

작년 말 코로나 시기 장애인 건강관리를 위해 한시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받은 방문 간호사 선생님의 소개로 재훈님을 만나게 되었다. 70대가 다가오니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통증이 있다고 하여 함께 찾아뵙게 되었다. 통증약을 드리며 조금이라도 호전이 있기를 바랐다. 코로나로 인한 칩거 생활과 오랜 독거 생활로 몸뿐 아니라 마음도 지쳐 보였다. 몇가지 약을 처방해드렸는데 약을 드시고 좋아졌다며 고맙다고 말하지만, 약이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 확신이 없다. 워낙 착한 성격이라 내 덕이라고 해주시는 것 같다. 참 고마운 마음이다.

간호사 선생님 방문은 말 그대로 한시적이었던 터라 이제는 내가 한두달에 한번 찾아뵙고 있다. 만날 때면 주로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서로 토로한다.

“장애인단체에서 여행도 모여서 가고 그랬어요. 그게 삶의 낙이었죠. 사람들 만나고 모임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못 하니 답답하죠. 몸이 쇠약해지는 것 같아요. 힘들어요.”

그의 삶을 지켜주었던 사교 모임, 신앙생활이 중단되면서 몸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신다. 몸도 마음도 약해졌음이 내 눈에도 보인다. 다행인 건 코로나가 막 시작되었던 작년 2월 인연을 맺은 활동지원사님이 때때로 운동을 도와주셨다고 한다. 왜소한 체격이 가벼운 몸이지만 타인에게 덜 기대고자 근력 운동을 활동지원사님의 도움으로 조금씩 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가 힘이 늘었다고 말해주어 뿌듯했다고 한다.

오전 시간에 항상 계시던 활동지원사님이 안 계셔서 물어보니 전날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여 휴무를 요청하셨다고 한다. 재훈님도 활동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연히 쉬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홀로 나를 맞아주셨다.

활동지원사님의 근력 운동 보조를 보약이라고 하신다. 사회적 계약 관계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재훈님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고 지원사님의 도움을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속으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어떤 보약도 소용없었을 텐데 활동지원사님의 도움이 그의 건강을 지켜냈다. 보약보다 더 명약이라고 할 수밖에.

역설적으로 코로나 덕분에 인연이 이어졌다. 간호사 선생님부터 의사인 나에게, 의료인 이전에 활동지원사님까지. 미래 건강 돌봄에 최첨단 원격 의료 기술도 필요하겠지만 여전히 의료인의 방문 건강관리, 돌봄 노동자의 손길이 절실하다.

사회적 약자들을 옥죄는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길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사회적 약자인 이유는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약자로 규정하고 물리적 거리를 강제하는 사회가 있었기 때문일 테다. 코로나로 촉발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다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병, 장애, 가난 등으로 멀어진 사람들이 사회에 가까워지는 쪽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그것이 사회가 존재해야 하는 유일한 이유이다.

찾아가는 의사 홍종원

▶ 남의 집을 제집 드나들듯이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꿈도 계획도 없다. 내 집도 남이 드나들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방문을 허락하는 이들이 고맙고, 그 고마운 이들과 오랫동안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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