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채로 5천명의 관람객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향후 콘서트에서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진행한 시범 프로그램으로 참석자들은 입장 전에 음성 판정을 받은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했다. AFP/연합뉴스
영국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로는 감염자의 3% 밖에 찾아내지 못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최근 자가검사키트의 사용이 허가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키트를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 최근 게재된 논문을 보면, 영국 버밍엄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2~9일 무증상인 버밍엄대 학생 7189명을 대상으로 스스로 코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자가검체 방식의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를 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왔다.
연구진은 이 2명과 함께 참여자의 10%가량인 718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명이 추가로 양성으로 판정돼, 유병률은 0.86%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 유병률이라면 전체 7189명에게서 62명이 양성 판정이 나와야 하는데, 자가검사키트는 산술적으로 60명의 확진자를 놓친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자가검사키트가 확진자를 양성으로 판별해내는 민감도가 3.2%에 그친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진은 자가검사키트로는 감염 직후나 말기에는 바이러스의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매우 정기적인 빈도로 사용하고, 음성 결과를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확정 짓는 데 사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영국은 이달 초부터 자국민들이 일주일에 2번 무료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등 키트 활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이 연구와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해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도 연구 결과, 국내산인 에스디바이오센서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유전자증폭 검사 대비 41.5%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허가한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두 개 업체의 자가검사키트에 대해서 임상시험 자료를 추가 제출하라는
조건을 달고 3개월 동안 사용을 허가한 바 있다. 이어 서울시는 물류센터와 콜센터를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은 5~7월 기숙학교를 대상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도도 4일부터 기부받은 키트를 사용해 콜센터와 목욕장업 종사자, 119응급 이송환자 등 1만명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로는 감염자임에도 음성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제한적인 상황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창호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자가검사키트를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응급수술을 받아야 해서 유전자증폭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 없는 등 위기 상황이나 유병률이 높은 상황, 혹은 지속적인 추적과 관찰이 가능한 상황에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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