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코로나19 예방 접종 센터에서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5월 말까지 사실상 ‘신규 접종 휴지기’에 접어들게 됨에 따라 5월 한달간 ‘인구 대비 접종률’은 제자리걸음을 걷게 됐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5월 중순 이후에야 신규 물량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화이자 백신은 상반기 물량 절반이 6월 도입으로 쏠려 있어 당분간 2차 접종에 집중해야 하는 탓이다. 다만, 정부는 6월 첫주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 약 723만회분이 대량 공급되고 화이자도 5~6월 500만회분 이상이 매주 나뉘어 공급될 예정이라 상반기 전체 접종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 2~4월 공급된 백신은 412만3000회분(아스트라제네카 200만6000회분, 화이자 211만7000회분)이다. 이를 활용해 이날 0시까지 339만6864명이 1차 접종을 받았고, 23만6489명이 2차 접종까지 마쳤다. 2~4월 공급 물량의 80% 이상을 1차 접종에 집중 활용한 셈이다. 김기남 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이날 “남아 있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는 34만5000회분이고 화이자는 52만9000회분”이며 “5월 중 2차 접종일이 도래하는 접종자는 아스트라제네카 57만명, 화이자는 148만명으로 추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2차 접종을 위해, 화이자 1차 접종은 21일까지 기존 예약자 14만5000명분만 시행되는 등 1차 접종이 최소화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고위험군 우선 보호’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추진단은 “도입된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1차 접종을 하고자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정에는 지금까지 코로나19 감염 사망자 가운데 60살 이상이 95.3%이고, 60살 이상은 1차 접종만으로도 접종 2주 뒤부터 평균 86.6%의 높은 예방 효과가 있다고 분석된 점이 작용했다. 공급되는 백신이 적은 ‘악조건’에서 고위험군 1차 접종자를 최대화하는 게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설명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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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4살 400만3000명의 접종 시작 시점을 애초 3분기 중에서 6월7일로 당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6월 말까지 필요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2차 접종 물량은 95만회분에 그치는 만큼, 일단은 상반기 중 고령층 접종에서 속도를 내겠다는 목표다. 이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상반기 중 코로나19 유행이 커지더라도 중환자 발생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적절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도 “1차 접종자를 늘리는 데 집중한 것은 좋은 방법이었지만, 정부가 ‘4월까지 300만명 접종’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기울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국제적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접종 간격이 3주에 불과한 화이자 백신은 2차분을 적정량 비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아스트라제네카는 1회 접종만으로도 높은 효과가 나타나지만, 화이자는 2회 접종이 돼야만 기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2차 접종용 물량 공급이 불안해질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75살 이상 고위험군이 제대로 보호되게끔 2차 접종 간격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접종 휴지기’가 임박해 알려져 혼란이 생긴 것과 관련해서,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1~2차 접종 순서와 일정을 상세하게 안내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앞으로는 접종, 공급 일정을 조금 더 미리 설명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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