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왼쪽)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 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이 코로나19를 두고 “집단면역은 도달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는 독감처럼 토착화되어 매년 백신을 맞으며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백신 접종 전략도 바이러스 근절에서 고위험군 보호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3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에선 ‘예방접종률이 70%에 도달하면 집단면역이 달성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접종률 70%에 도달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곧 사라지고 거리두기를 종료하는 일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이어 “집단면역 달성 이후에도 섣불리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고, 고위험군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백신 수급이 좋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라 할지라도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과 바이러스를 근절하는 것은 학술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백신의 ‘발병 예방효과’와 집단면역에서 고려해야 하는 ‘전파 예방효과’를 구분해야 한다고 짚었다. 통상 ‘95% 이상’이라는 화이자 백신의 효과란 접종자 본인의 ‘발병’을 예방하는 성능을 말하는 것으로, 타인에게 ‘전파’하는 것을 막는 백신의 효과는 이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다. 낙관적으로 백신 전파 차단 효과를 80%로 잡고, 백신을 맞히지 못하는 유아·청소년을 제외한 나머지 인구 85% 중 백신 접종률을 90%로 설정했을 때, 전체 인구 집단 내 전파 차단 효과는 60.8%에 그치게 된다. 백신의 전파 차단 효과를 현실적으로 50%로 낮춰 잡으면, 인구 집단 내 최종적인 전파 차단 효과는 45%밖에 안 된다. 그는 최근 영국에서 36만여가구를 대상으로 가정 내 전파를 연구했을 때 백신 1회차를 맞은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38~49%의 전파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전체 인구의 70%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실현 불가능할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백신을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증식을 못 하게 해서 아예 전파가 안 되는 수준으로 막을 수도 있고, 일정 수준 증식은 하고 전파도 하지만 증상을 만들어내는 데까지는 못할 수도 있고, 증상은 만들어냈는데 사망까지는 이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전파를 예방하는 효과가 아예 없는 것 아니지만 100%라고 얘기할 순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인구 70%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목표를 도출하는데 근거가 된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R)도 연구자별로 크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고 짚었다. 이 접종률 목표는 감염재생산지수가 3이라는 것을 전제로 3명 중 2명이 면역이 있으면 환자 수가 더 증가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전제가 우리 현실에 들어 맞을지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는 “연구자마다 연구 대상과 장소, 접촉 기회, 모임의 크기, 실내·외 등 상정한 상황에 따라서 감염병재생산지수가 0.76~6.32로 매우 큰 범위로 걸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12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집단면역은 (개념의) 규정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게 낫다”며 “접종률 70~85% 사이라고는 하지만 이게 사실일지는 모른다”라고 했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더욱이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를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접종 뒤 시간 경과에 따른 면역력 감소 △면역 회피 변이 바이러스 출현 △낮은 감염 예방 효과 △충분치 못한 백신 접종률 △동물 숙주에 잠복 가능 등 다섯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에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 역시 독감 백신처럼 기저질환자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접종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백신 접종으로 사망자와 중환자는 막지만 경증환자는 계속 발생하는 인플루엔자(독감)와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가 인플루엔자를 근절하자고 모든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고위험군에만 접종하는 것으로도 중환자 발생이나 사망자를 막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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