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75살 이상 고령층에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2차 접종에 쓸 물량 소진이 우려되자 75살 이상 고령층에 대한 신규 접종 예약을 다음달 셋째 주까지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가 최근 예방접종센터를 추가로 열며 접종 인프라는 대거 확충했으나, 75살 이상에 사용할 화이자 백신 물량의 46%는 6월에 쏠려 있는 등 백신 물량이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정부는 다음달 셋째 주 이후 1차 접종 예약을 재개할 방침이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1차 접종자들에 대한 2차 접종 수요가 증가해, 지자체에 신규 1차 접종 예약을 다음달 셋째 주까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다음달 셋째 주 이후엔 다시 1차 접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4월 초부터 75살 이상 고령층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해 한 달간 1차 접종에 중점을 뒀는데, 앞으로 3주간은 2차 접종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추진단은 전국 예방접종센터에서 이미 5월 초에 예약일을 확정받은 이들의 1차 접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백신 가뭄’ 상황은 ‘4월 300만명 접종’을 목표로 2차 접종분을 충분히 남기지 않고 접종자를 늘리다 보니 물량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4월 중 확보한 백신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3주 간격으로 이뤄져야 하는 2차 접종 물량을 여유 있게 남겨두면 1차 접종자를 빠르게 늘릴 수가 없다. 그래서 5월 한동안 신규 1차 접종을 중단하는 걸 감수하면서 4월 중 접종 속도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이런 접종 전략이 반복된다면, 3주 간격으로 1차 접종 집중 기간과 2차 접종 집중 기간을 번갈아 이어갈 수도 있다고 추진단은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4월 중 지역마다 예방접종센터를 순차적으로 개소하면서 접종 인프라를 확충해왔다. 5월 초면 예방접종센터가 267곳 설치돼, 한 곳당 하루 600명씩 최대 16만명에게 접종을 하는 게 가능하다. 홍정익 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은 “표준적인 접종센터가 하루 600명을 최대 접종한다고 했을 때, 1차 접종부터 모든 접종 역량을 가동했기에 3주가 지나자 1차 접종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75살 이상 고령층 349만여명, 노인시설 17만여명 등에 대한 화이자 백신 접종은 4월1일부터 시작됐다. 화이자 백신은 지금까지 개별 계약과 코백스 퍼실리티 도입분을 모두 합해 211만7천회분(105만8500명분)이 공급됐으며, 1차와 2차 접종자를 포함해 30일 0시 기준으로 161만4천회분이 접종됐다. 현재 50만4천회분이 남았는데, 최근 화이자 백신을 하루 접종하는 규모가 14만~15만명가량인데 비춰보면 3~4일가량 접종할 분량에 불과하다.
화이자 백신은 매주 수요일 도입이 예정되어 있지만, 5월 중 도입 물량은 87만5천명분(175만회분)에 그친다. 4월 도입분 중 남은 물량과 5월 도입 물량을 모두 합쳐도 225만4천회분에 불과해, 하루 최대 16만명에게 접종 가능한 인프라를 모두 가동하면 14일이면 다 소진하는 물량이다. 더욱이 2차 접종까지 고려한다면 이번주처럼 날마다 14만~15만명씩 1차 접종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1차 접종이 다시 속도를 내려면 도입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325만회분(162만5천명분)이 쏠려 있는 6월을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주 단위로 화이자 백신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시적인 ‘속도 조절’이 필요할 뿐 상반기에 75살 이상 고령자 전체가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경택 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6월까지 75살 이상 어르신들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2분기 1200만명 접종목표는 차질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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