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29일 오후 3시30분 3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백신 접종 대상자 가운데 75% 이상 접종이 끝난 요양병원·시설에 대해 접촉 면회 재개 방침을 밝히는 등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접종자 맞춤형 방역 완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추진단)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1차 접종자 수가 301만2654명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은 5.8%다. 앞서 누적 접종자 100만명 도달엔 39일, 200만명은 17일이 걸렸는데, 300만명에는 6일이 걸렸다. 정부는 백신 물량이 충분해지고 접종 시설 구축이 완료되면 하루 150만명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추진단에선 접종 속도가 빨라진 만큼 백신 폐기량이 늘 수 있어 접종기관별로 예비접종 대상자 명단을 만들고 접종자 보호자 등에게 현장 접종을 하라고 독려했다. 지난 19~27일 위탁의료기관 사전예약자 가운데 미접종자는 0.68%에 그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접종한 백신 바이알(병)과 접종자 숫자를 비교해보면 대략 폐기량을 알 수 있는데, 잔여분 폐기량이 많지는 않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예방접종자가 늘어나는데 발맞춰 이들에 대한 방역 조처도 하나씩 완화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예방접종이 75% 이상 진행된 요양병원·시설에서 선제검사 횟수를 줄이고, 접촉 면회를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은 “요양병원과 시설의 선제검사 횟수를 줄여나가고,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제한된 조건에서 접촉 면회 또한 허용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백신 접종을 완료하신 분들을 위한 일상회복 조치들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다음 달 5일부터 시작하는 예방접종 완료자에 대한 구체적인 자가격리 면제 지침도 발표했다. 백신별로 정해진 횟수를 모두 접종한 이후에 2주일이 지난 예방접종 완료자에 대해선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경우에도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무증상 등 조건을 충족하면 자가격리가 아니라 공무원이 하루 두 차례 전화를 하는 능동감시 대상자로 조정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출국했다가 귀국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들은 능동감시 6~7일차와 12~13일차에 모두 두 차례 유전자증폭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중이용시설 출입자제 등 능동감시 대상자 생활수칙을 위반했을 경우 자가격리로 전환된다.
정부에서 이처럼 예방접종자들에게 방역 조처를 잇따라 완화하는 까닭은 낮아진 접종·예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0시 기준 각 접종군별 예약률을 보면, 만성신장질환자 47%, 보건의료인 61%, 특수교육·보건교사 67%, 장애인 등 돌봄종사자와 항공승무원 71% 등이었다. 예약 기간 예약률은 계속 오르겠지만, 지난 2월 접종 초기에 90%를 넘던 동의율에 견주면 대체로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변에 접종자가 늘어나고 접종 완료자에겐 자가격리를 면제해준다는 등의 조처가 발표되면서 낮아진 백신 수용도가 올라가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항공승무원인 ㄱ(36)씨는 “원래 안 맞으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다음 달 초반까지 접종 신청 기한을 늘려줘 접종할까 고민 중”이라며 “주변에 ‘맞아보니 별문제 없다’는 동료도 있고, 확진자와 접촉해도 자가격리 면제해준다고 하니 접종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방역당국이 전날 위탁의료기관에 ‘노쇼’(예약부도) 등으로 폐기되는 백신이 있다면 접종 대상자가 아니어도 즉석에서 동의를 통해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접종 예약명단 등재를 통해 접종 계획보다 이른 접종이 가능한 병원 등 위탁의료기관을 물색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다. 방역당국도 전날 공개 전인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자신의 순서가 되면 접종을 받겠다는 응답자가 3월 3주차엔 50%였으나 4월 3주차엔 59%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접종 미루고 상황 지켜보겠다’는 사람이 25%에서 19%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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