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가 난 자가검사키트에 대해 “유전자 증폭 검사(PCR)의 접근성이 낮은 섬 지역 등에서 선별 검사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콜센터나 요양병원, 학교, 실내 체육시설 등에는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는 달라서, 정부 내부에서 ‘엇박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 청장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자가검사키트의 활용에 대한 질의에 “자가검사키트는 무증상자에 대한 검사가 현재 입증돼 있지 않다”며 이렇게 답했다. 이는 자가검사키트 사용 승인 과정에서 유증상 확진자를 상대로 양성을 가려내는 성능을 평가할 뿐, 무증상 확진자를 상대로 한 성능은 평가하지 않기에 나온 발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그동안 자가검사키트는 정확도와 신뢰성 문제로 현장에서 사용 제한이 있었는데 최근에 2개가 (식약처) 인증이 됐다”며 “유흥업소나 학교, 실외 공연장에서도 (사용) 고려가 된 것 같은데 어디까지 검토가 됐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청장은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했을 때는 가짜 양성, 가짜 음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검사 결과와 방역수칙을 완화를 연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그런 계획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사 결과 음성이라고 하더라도 가짜 음성이 진짜 양성을 놓칠 수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등의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꼭 준수해 주시기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권덕철 복지부 장관이 자가검사키트 사용 대상으로 실내체육시설까지 폭넓게 언급한 것은 방역완화 수단으로 키트를 활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현영 의원의 질의도 정부 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정 청장이 도서 지역으로 키트 사용처를 국한한 것은 정부 내에서도 상당한 온도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3일 유증상자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 가운데 유전자 증폭 검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용도로 항원방식 진단키트 2개 제품(에스디바이오센서·휴마시스)을 조건부 허가했다. 자가검사키트는 피검자가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는 방식으로 선별진료소나 임시검사소에 방문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는 데다 15~30분 이내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확진자를 양성 판정할 확률)와 특이도(비확진자를 음성 판정할 확률)가 기존 유전자 증폭 검사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최종 진단 도구가 아니라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김지훈 김미나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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