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원자재 부족 문제를 겪던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을 6월부터 국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유전자 증폭 검사(PCR)를 보조할 자가검사키트 도입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노바백스 국내 공급과 승인 일정을 고려할 때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 논란에서 비롯한 접종계획 차질을 해결할 대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감염자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민감도가 절반 이하인 자가검사키트 사용이 방역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이달부터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생산이 시작되고 상반기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도 확보했다”며 “6월부터 완제품이 출시되고, 3분기까지 2천만회분(1천만명분)이 우리 국민을 위해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월 2분기부터 도입할 예정으로 노바백스 백신 2천만명분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 노바백스 백신은 기술 도입 계약으로 경북 안동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생산해, 국외 생산 백신보단 공급 안정성이 높다. 하지만 2월 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수출규제와 전 세계적인 원부자재 부족 문제로 국내 생산이 불확실한 여건이었다. 이에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외교부, 질병관리청 등이 참여하는 ‘노바백스 백신 원료수급 협의체’를 주 1회 열어, “17개 품목에 대해 품목 대체와 재고를 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원부자재 수급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지난 1월 노바백스 백신에 대해 “이르면 5월에도 공급될 것”이라고 언급했던 점을 고려하면, 6월 출시 일정은 되레 늦어진 측면이 있다. 게다가 노바백스 백신이 6월 안에 얼마만큼 공급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노바백스 긴급사용승인을 한 국가들이 아직 없어서 상반기에 국내에서 백신 사용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것도 난점이다. 이에 김강립 식약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바백스 백신은 현재 영국과 유럽의 규제기관으로부터 사전심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어, 관련된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바백스 백신이 4~5월 중에는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정되면서, 당장 백신 접종 속도를 끌어올릴 마땅한 방안은 찾기 어렵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30살 미만에게 제한한 영향으로 전체 연령에서 접종을 피하는 사람이 늘 것으로 예상되고, 30살 미만에게 대체 투입할 백신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날 녹십자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2분기 도입 예정인 미국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의 수입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공급 날짜와 물량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백신 생산 부족과 백신 생산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다수 나라들이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한 현실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또 공급 부족과 안전성 논란 속에 접종률은 빠르게 오르지 않고 있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고 발언한 점도 마찬가지 비판을 살 수 있다.
자가검사 키트도 신속 도입 나서양성 판별력 PCR 검사의 17.5%전문가들 “확진자 놓칠 우려 커”
문 대통령은 자가검사키트의 신속한 도입도 요청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유전자 증폭 검사에 비해 정확도와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한계에 충분히 유의하면서 보조적인 방법으로 활용한다면, 숨은 코로나 감염자를 더 빠르고 손쉽게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식약처에선 허가 신청 전부터 전담심사자의 검토를 받도록 하는 등 이 키트의 개발 기간을 통상 8개월에서 2개월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5개 이상의 업체가 관심을 가지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현재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한 자가검사키트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감염자를 양성으로 판별해낼 수 있는 민감도가 낮은 자가검사키트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 등이 이달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자가검사키트로도 사용되는 에스디바이오센서에서 만든 국내 1호 신속항원진단키트의 민감도는 유전자 증폭 검사에 견줘 17.5%에 그쳤다. 확진자를 걸러내는 능력이 유전자 증폭 검사에 견줘 6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이 연구 결과를 보면 바이러스 농도가 높을 때도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40% 수준까지밖에 나오지 않는다. 실제 환자 2명 중 1명은 가짜 음성이 나온다는 의미인데, 환자를 많이 놓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로) 유흥시설 출입용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쓴다면 밤마다 몇천명씩 잘못된 양성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사람들과 씨름하느라 현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서혜미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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