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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AZ백신 우려에…정부 “희귀 혈전 논란 짚고 가자” 전략 선회

등록 2021-04-07 21:03수정 2021-04-08 02:15

정부 22만여명 대상 AZ 접종 보류·연기

유럽의약품청, 희귀 혈전-백신 연관성 인정
최근 발표한 2분기 조기접종 당분간 차질
전문가 “새 근거 바탕으로 접종전략 재정비를”
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북구예방접종센터에서 북구와 군·경·소방 등 관계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연합뉴스.
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북구예방접종센터에서 북구와 군·경·소방 등 관계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연합뉴스.
정부가 만 60살 미만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보류하고 최근 발표한 2분기 접종 일정을 일단 멈춰세운 것은 ‘백신 신뢰도’를 우려해 희귀 혈전증(뇌정맥동혈전증·CVST)과의 연관성 문제를 명확하게 짚고 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새로 나오는 근거들을 바탕으로 이른 시일 안에 우리 접종 전략을 재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7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분기에 접종이 개시된 그룹이지만 60살 미만이라서 당분간 접종이 중단될 이들이 3만8771명이라고 집계했다. 이들은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코로나1차 대응요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보건의료인 등이다.

이어 정부는 8~9일 새로 접종을 개시할 예정이었던 18만2천여명에 대한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이들 가운데 접종 동의자는 14만2천여명이었다. 8일엔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초중등 보건교사, 어린이집 장애아전문 교직원·간호인력 등 약 7만3271명이 근무지 소재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기 시작할 예정이었다. 9일부터는 장애인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결핵·한센인 거주시설, 노숙인 거주·이용시설, 교정시설 종사자 등 코로나19 취약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10만9681명을 상대로 접종 개시가 예정돼 있었다. 앞서 정부는 대거 접종 일정을 당기는 ‘2분기 접종 시행계획 보완 방안’을 지난 2일 발표했지만,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국내외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 혈전 발생이 잇따라 보고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날 추진단은 20대 여성 의료기관 종사자에게서 다리와 폐에 혈전증이 발생했다는 중증 이상반응 신고가 들어와 백신과의 인과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환자는 뇌에선 혈전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항응고제 처치를 받고 상황이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접종계획 재검토가 일주일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약품청(EMA)은 7일 오후(현지시각) 문제의 특이 혈전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백신 부작용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유럽의약품청은 백신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크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연령이나 성별에 따른 위험 요인은 따로 확인되지 않아서 18살 이상 연령대에 대해 새로운 접종 제한을 권고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럽의약품청이 백신과 특이 혈전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놓아도 반드시 접종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대체 투입할 백신이 있는 유럽 국가나 미국과 달리 우리는 도입이 예정된 백신 물량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특이 혈전증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대신에 이상반응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면서 접종을 이어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일단 저연령층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면, 고령층에서도 접종률이 뚝 떨어져 결국 전 국민에서 접종 진행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매우 드문 부작용이라고 주의를 시키되, 현재의 접종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국민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 정부가 일단 접종을 중단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유럽의약품청의 최종 권고를 보고 결론을 내겠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아스트라제네카는 고령층 접종 문제를 거치면서 신뢰가 많이 훼손된 상태라, 새로 나오는 근거를 토대로 안전성 우려를 확인하고 가겠다는 결정은 잘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백신의 역사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은 질병에 대항하는 백신을 만들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었던 일들은 수없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고위험군 대상으로 면역을 먼저 형성한다는 기존 원칙과 달리 항공승무원을 포함하는 등 2분기 접종계획을 변경한 전략이 맞았는지 점검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서혜미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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