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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20대 여성 AZ백신 맞고 ‘혈전증’…국내 접종 전략 어떻게 되나?

등록 2021-04-07 16:56수정 2021-04-07 21:04

유럽의약품청 오늘 밤늦게 연관성 여부 발표
영국 옥스퍼드대, 6~17살 AZ 백신 임상 중단
희귀 이상반응-유행 피해 ‘득실’ 인종·연령별 격차
전문가 목소리도 온도차…정부, 2분기 전략 고심
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북구예방접종센터에서 북구와 군·경·소방 등 관계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 훈련을 하며, 접종 이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상황을 상정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북구예방접종센터에서 북구와 군·경·소방 등 관계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 훈련을 하며, 접종 이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상황을 상정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유럽의약품청(EMA) 고위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특이 혈전증(뇌정맥동혈전증·CVST)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국내 예방접종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예방접종 계획을 유지해야 한다” “득실에 따라 접종연령 제한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등 대응 방안을 둘러싸고 온도 차가 있는 상황이다.

조은희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유럽의약품청의 발표를 바탕으로 질병관리청에서 혈전·백신 관련 전문 자문단회의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당국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각) 유럽의약품청의 백신 전략 담당자인 마르코 카발레리는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와 한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매우 드물게 보고된 특이한 혈전증과의 인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내 의견으로는 (이 증상이) 백신과 관련이 있다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유럽의약품청은 이날 밤늦게(현지시각 7일 오후) 이에 대한 최종 검토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유럽의약품청이 백신 연관성을 조사해온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뇌정맥동혈전증은 혈전(혈액 응고)으로 뇌정맥이 막혀 뇌에서 혈액이 나가지 못하고 뇌출혈·뇌부종 등을 일으키는 희귀 질환이다. 유럽의약품청 등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이 질환을 발생시키는지 인과관계를 조사해왔다.

영국에선 이달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1800여만명 중 22명에게 뇌정맥동혈전증이 보고되자,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6~17살 어린이·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진행하던 백신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6일 전했다.

현재 국내에선 백신 수급 상황이 불투명해 당장 2분기 내로는 젊은층에 아스트라제네카를 대체해 투입할 백신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분기 접종 대상 중에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인 75살 이상 고령자와 노인시설 입소자·종사자는 모두 366만명이다. 현재 이 집단의 접종동의율이 약 85%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중 312만명가량이 백신을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6월까지 도입될 화이자 백신은 개별 계약 350만명분, 코백스 퍼실리티 약 15만명분으로 모두 365만명분이다. 대략 50만명분밖에 여유가 없다. 2분기 접종 대상자 가운데 학교와 어린이집·유치원 관련 대상자(55만명), 보건의료인과 사회필수인력(121만명) 등 저연령층이 다수인 집단의 접종에 투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2분기 도입 예정인 모더나·얀센·노바백스는 아직 도입 물량과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 가운데선 추가 정보에 따라 접종연령 제한을 논의의 장에 올려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국내 발생 건수 자체가 적어 아직 이익과 위험을 저울질하기엔 판단할 정보가 부족하다”며 “우리는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심하지 않고 55~66살 미만 연령층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적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도 적을 수 있어 계산이 복잡하다. 위험이 크다면 접종연령 제한도 검토할 수 있지만, 이익이 크다면 아나필락시스에 준하는 주의사항 안내와 관찰 계획을 마련해서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저연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포함한 2분기 예방접종 계획을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일단 저연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면, 고령층에서도 접종률이 뚝 떨어져 결국 전 국민에서 접종 진행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매우 드문 부작용이라고 주의를 시키되, 현재의 접종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도 “드문 혈전증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해도 100만명당 1~2명으로 발생률이 낮기 때문에 접종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희귀혈전증이 발생해도 치료할 수 있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을 다 포기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질환은 제때 진단이 이뤄져 항응고제를 사용하면 90% 이상을 치료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추진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20대 여성 의료기관 종사자에게서 다리와 폐에 혈전증이 발생했다는 중증 이상반응 신고가 들어와 백신과 인과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환자는 지난달 17일 접종한 이후 12일이 지나 숨이 차고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 환자는 뇌에선 혈전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항응고제 처치를 받고 상황이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접종 이후 혈전이 발견된 사례로는 지난달 사망 이후 부검에서 다리와 폐에서 혈전이 확인된 60대 요양병원 환자와 뇌정맥동혈전증 진단을 받은 20대 1차 대응요원에 이어 세번째다.

김지훈 서혜미 조기원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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