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며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들어 보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순진했던 때는 끝났다”면서 “제약사가 EU에 한 코로나19 백신 공급 약속을 존중하지 않는 한 수출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할 예정인 노바백스 백신에 대해서도 “원재료 공급 부족” 이야기가 나와, 정부의 백신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은 25일(현지시각) 미국 노바백스사가 코로나19 백신의 원료 물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럽연합(EU)과의 백신 공급 계약 체결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노바백스사는 “유럽연합과 공급 계약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한 원재료 공급 부족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노바백스사와 2천만명분의 백신 선구매 계약을 맺고 올해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백신을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노바백스 백신은 영국에서 진행된 3상 임상시험 결과 96.5%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특히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사와 기술 이전이 포함된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맺어, 노바백스 백신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다. 국외에서 생산돼 들어오는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과 달리, 본사와의 협의 없이도 생산량을 자체적으로 확대하는 등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원재료 공급이 부족하다면 이런 기대가 무색해질 수 있다. 노바백스뿐 아니라 얀센·모더나 백신도 2분기 도입이 예정되어 있지만, 1분기가 끝나가는 현재까지도 일정과 물량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국내 수요를 이유로 백신 수출을 가로막는 등 일부 국가들의 ‘자국 우선주의’ 태도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불리는 인도는 최근 자국민 접종 확대를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유럽연합도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분을 공급받기 전까지는 역내에서 생산되는 해당 백신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도 백신 수출은 전혀 하지 않는 상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00일(4월 말)까지 백신 접종 횟수를 1억회에서 2억회로 두배 늘리겠다”며 자국 내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백신 확보가 2분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인데, 전망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 공급 부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의 스푸트니크브이(V) 백신 등 새로운 백신 도입 필요성도 거론하고 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얀센 코로나19 백신을 검증하기 위한 3단계 자문 절차 가운데 첫번째로 검증자문단 회의를 열었다. 이 백신은 한차례만 접종하는 형태로, 정부는 600만명분 도입을 계약해둔 상태다. 회의 결과는 29일 발표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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