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저장고에 넣기 위해 상자에서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 지난 3주 동안 1차 접종만으로도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68%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백신 접종 100일 이후 면역을 가진 사람이 1500만명 정도 되어야 대규모 유행 사태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25일 ‘범부처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 추진위원회’가 연 감염병연구포럼에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9일 사이 백신 비접종자(5112만여명)의 코로나19 발생률은 100만명당 하루에 8.184로 나타났으나 1차 접종자(60만여명)는 4.606에 그쳤다. 백신이 아니라면 53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실제론 30명만 발생해 43.7%의 예방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접종 이전이나 면역 형성 전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7일 이내 발생 확진자’를 제외하면, 17명이 발생해 예방 효과는 68.1%까지 올라간다. 게다가 1차 접종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 2차 접종까지 마치면 효과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기 교수는 “이상반응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데, 백신 접종으로 어떤 이득이 나타나는지 효과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백신의 효과를 수학적 모형으로 평가해, “확진자 수가 다시 크게 반등하지 않으려면 하루 30만명씩 접종하여, 100일 이후에 면역을 가진 사람이 약 1500만명 정도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방역 정책을 실시하고 감염재생산지수(한명의 확진자가 전파하는 사람의 수)가 1.5인 상황을 상정한 결과다. 같은 조건에서 3분의 1에 불과한 하루 10만명씩 접종하면 140일 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천명대로 발생하는 대규모 유행 사태가 벌어진다. 반면 하루 30만명씩 접종하면 대규모 유행을 막을 수 있고, 하루 50만명씩 접종하면 확진자 수를 30명대까지 억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00일 동안 면역을 가진 사람이 1500만여명이 되려면 방역당국의 ‘상반기 1200만명 접종’ 목표보다 높은 수준의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1점대 전후를 오가는 현재 수준의 감염재생산지수를 적용한다면 ‘상반기 1200만명 접종’으로도 모형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최근 들어 감염재생산지수가 낮아져 1.0 이하 수준”이라며 “계획대로라면 예방접종센터(250개)와 위탁의료기관(1만개)에서 하루 115만명의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 개발된 코로나19 혈장치료제가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방대본은 국내에서 유행하는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주 등 9종에 대해 혈장치료제의 중화 효능을 세포 수준에서 분석한 결과, 모든 유전형에서 중화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브라질 변이는 변이주를 분리 배양하고 있어 앞으로 효능을 분석할 예정이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실제 치료 효능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제약사의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검토”할 것이라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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