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국내발생 및 예방접종 현황 등의 정례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견된 혈액응고 장애 사례들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연합뉴스
23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만 65살 이상 요양병원·시설 고령자들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동의율이 76.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지도층의 접종 참여 등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2일 전국 요양병원·시설 65살 이상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37만5061명 가운데 예방접종에 동의한 사람은 28만8365명이라고 밝혔다. 동의율은 76.9%다. 지난달 20일 기준 같은 시설에서 65살 미만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자 30만여명의 동의율이 93.6%를 기록한 것에 견주면 낮은 수준이다.
65살 이상 고령자에 대한 효과성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이 한 차례 연기됐던데다, 유럽 주요국에서 혈전 발생 문제로 접종이 중단됐다 재개되는 사태가 겹친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한달 전과) 접종 동의율 차이에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도 반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입원환자·입소자의 동의율은 60~70%였지만 종사자는 90%가량이 동의했다는 점을 들어, “입원환자나 입소자는 아마 기저질환 같은 건강상태나 연령이 (동의율에) 반영이 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특정 백신에 대한 불안보다는 고령에 기저질환자인 집단의 특성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풀이다.
전문가들은 예방효과와 안전성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거듭 확인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 회복을 위해 사회지도층이 적극적으로 공개 접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23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것도 신뢰 회복에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머리발언에서 “국민들도 백신의 안전성에 의심을 품지 말고 접종에 응해주기 바란다”며 “백신 접종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면서 집단면역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백신 접종이 가장 필요한 대상이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인데 이 정도까지 동의율이 떨어진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회지도층 인사가 전부 접종에 나서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신뢰 회복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도현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학회장(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은 “‘이익이 위험을 압도한다’는 설명은 과학자들끼리 말하는 방식이다. 공중에겐 ‘백신 맞으면 죽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등 명료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자신과 동일시하는 유명인사들, 특히 대중들과 상호작용이 활발한 유명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접종하는 사례가 많이 나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접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번의 접종으로도 70% 이상 예방 효과를 보여준다. 따라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감염자와 밀접 접촉이 있더라도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등 보건학적으로 차이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순위에서 앞선 사람들의 접종이 늦어지면, 다음 대상군의 접종으로 빨리 넘어가서 실제로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교수는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해줘 국외 여행을 좀 더 자유롭게 해주는 ‘백신 여권’ 등의 도입이 접종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22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상 임상시험에서 79%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100%의 중증 진행과 입원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다양한 인종이 포함된 3만24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 만 65살 이상 고령자는 20%가량 참여했고, 이들에게서는 80% 이상의 감염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고 아스트라제네카 쪽은 밝혔다. 안전성 평가에선 백신 접종군에서 혈전 관련 질환이 증가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뇌정맥동혈전증(CVST)도 발견하지 못했다고도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내 긴급 사용 승인을 얻기 위해 다음주 미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서혜미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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