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은 18일(현지시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일부에게서 혈전이 생성됐다는 보고와 관련, 이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크다고 밝혔다. 사진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의 모습.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혈전 증상과의 인과성이 없다”는 유럽의약품청(EMA) 발표에 따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접종을 재개하면서, 국내에서도 이 백신을 중심으로 짜였던 예방접종 계획 전체가 흔들리는 사태를 피하게 됐다.
18일(현지시각) 유럽의약품청 발표는 일각에서 제기되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관련 논란을 일단락지었다는 의미가 크다. 이 기관은 “분석 결과 영국과 유럽경제지역(EEA)에서 이 백신을 맞은 사람들 가운데 혈전이 보고된 사례는 모두 469건으로, 일반 인구에서 예상되는 수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백신을 접종하는 이익이 그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는 이 기관의 최종 판단을 근거로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했다.
다만 유럽의약품청은 지난 16일 기준 이 백신을 맞은 2천만명 가운데 ‘파종성 혈관 내 응고’가 7건, ‘뇌정맥혈전증’이 18건 보고된 것을 “매우 드문 사례”로 언급했다. 인과관계가 증명되진 않았지만, “혈소판 감소증과 관련된 혈전증에 대해선 관련성을 좀 더 분석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9건은 사망 신고 사례였는데, 대부분 55살 이하와 여성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환자들에겐 “접종 뒤 심각하거나 악화되는 두통 또는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 “여러 개의 작은 멍, 붉은색 또는 자줏빛 반점, 또는 피부 밑에 있는 혈액 물집” 등의 증상이 생기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를 받으라는 지침, 의료 전문가들에게는 혈전증 관련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침도 만들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련성이 없으나, 만일의 가능성까지 확인하겠다는 의학적 조처”라고 설명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아나필락시스’ 이상반응을 주의하라고 한 것처럼, 그보다 더 드물게 혈전증 보고가 있으니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해보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도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은 작지만 만일의 가능성도 끝까지 추적해서 확인하겠다는 의학적 조처로, 시간이 지나면 이 역시 관련성 없는 것으로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고령자 접종 연기, 유럽에서의 접종 중단 등의 사태를 겪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더 적극적인 신뢰 회복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이날로 요양병원·시설 만 65살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동의 절차가 끝났는데, 현장에선 동의율이 높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광범위하여 당국자와 전문가의 설명이 가닿지 않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사회지도층이 먼저 접종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비언어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9일 0시 기준으로 전체 65만9475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해 접종률은 82.5%에 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63명 발생해 사흘째 400명대를 이어갔다. 20일부터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던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들에 대한 2차 접종이 시작된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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