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유린원광노인요양원 이순단(63) 요양보호사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백신을 맞으면 요양원 어르신들한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백신이 제 자신을 지키는 것이기도 해서 접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서울 중랑구 신내동 보건소에서 26일 오전 9시에 첫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은 이순단(63) 유린원광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는 “전날 밤에 혹시라도 부작용이 있을까봐 걱정이 좀 됐지만, 독감 백신도 매년 맞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겠지 라고 마음을 놓기로 했다”며 “실제로 맞아보니까 그냥 독감 백신 맞을 때 정도의 느낌이었다. 조금 따끔한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년 동안 외부와 단절하고 요양원과 집만 오가다 보니 친구도 못 만나고 여행도 못 갔다. 앞으로 여행도 가고 싶고 가족들하고 편하게 만나서 밥 한끼 먹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랑구 보건소에서는 이씨를 비롯해 유린원광요양원 요양보호사 20명이 백신을 접종했다.
중랑구 보건소는 예방접종이 이뤄지는 곳곳에 “백신 접종한 멋진 당신 덕분에 중랑의 소중한 일상이 곧 돌아올 거에요”라고 적힌 현수막이나 안내판을 내걸었다. 접종을 앞두고 이날 오전 8시50분께 접종 대기실에 모인 요양보호사들은 보건소 쪽이 나눠준 비닐장갑을 착용한 손에 ‘예진표’를 들고 앉아 긴장한 표정으로 접종 시작을 기다렸다.
접종을 앞두고 김무영 보건소장이 나와 요양보호사들의 긴장을 달랬다. 김무영 소장은 “이렇게 접종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 걱정하실 필요 없고 독감 주사랑 비슷하다”며 “그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코로나19 검사 받느라 힘드셨을 텐데, 오늘 맞고 나서 8주 뒤에 한번 더 맞고 또 집단감염이 줄어들면 검사를 덜 하실 수 있게 될 거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시설 등 종사자들은 시설 내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선제 검사를 받고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첫번째 접종 대상자인 이순단씨를 직접 대기실에서 접종 장소로 안내했다. 예진을 담당한 의사는 이순단씨가 건넨 예진표를 받아 읽은 뒤 차분한 말투로 “오늘 컨디션 괜찮으시죠?”, “혹시 예방주사 맞고 어지럽거나 숨찬 적 있으신가요?”, “예방주사 맞고 2주 안에 다른 예방주사 맞으시면 안됩니다“ 등을 묻고 설명했다.
이순단씨는 예진을 마친 뒤, ‘접종 백신 전용 냉장고’라고 적힌 아이스박스 옆에서 왼쪽 팔을 걷어올렸다. 담담한 표정의 이씨 팔에 주삿바늘이 들어갔다가 나오자, 옆에 서 있던 류경기 구청장이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접종 뒤엔 간호사가 이씨를 접종 뒤 관찰장소로 안내해 “15분 정도 이상반응 있는지 확인할게요”라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는 대상은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종사자 등이다. 접종 대상 가운데 실제 접종에 동의한 사람은 전날 기준으로 28만9480명으로, 접종 동의율은 93.7%다. 접종 첫날에는 전국 213개 요양시설의 입소자·종사자 5266명이 백신을 맞는다. 요양시설 입소자·종사자는 보건소에서 접종을 받을 수 있고, 거동이 불편한 경우라면 의료진이 방문 접종도 시행한다. 이와 별개로 292개 요양병원에서도 자체 계획에 따라 접종을 시작한다. 첫날 접종 인원은 이날 오후 질병관리청에서 집계한다.
김지훈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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