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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뉴스AS] 범죄 저질러도 ‘5년 취소’ 그치는데…백신 접종 볼모 삼는 의사들

등록 2021-02-22 17:22수정 2022-08-18 15:36

[뉴스AS] 의사들 ‘의료법 개정안 반발’ 바라보는
전문가·시민 곱지 않은 시선, 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념촬영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연합뉴스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오는 25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 ‘코로나19 백신접종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과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견줘도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 처벌 수위가 낮고, 의협의 자율규제도 쉽지 않으며, 의사 역시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처럼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 집행 종료 뒤 5년 동안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의료 행위 중 업무상 과실로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는 예외로 둬서 의료진이 수술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애초 의료법은 1973년부터 ‘범죄의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면허취소 사유로 삼아왔다. 그러다 2000년 정부가 의약분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반대 급부로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면허취소 대상 범죄의 범위를 ‘허위진단서 작성 등 형법상 직무 관련 범죄와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좁혔다.

하지만 의료인 처벌 범위와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홍형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일본에서는 “(범죄의 제한 없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한다. 독일에서는 의료과실로 인한 상해, 사기, 성범죄, 문서위조, 조세포탈 등 직무와 직간접으로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와 허가를 취소한다. 영국에서는 환자와의 부적절한 관계 같은 업무상 범죄만이 아니라 운전·폭행·성범죄·부정행위 등 개인 범죄에 대해서도 의료인 등록을 취소·정지한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 반복적으로 ‘1개월 자격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분이 나온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겼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5년 이후 의사·한의사가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모두 5건이었는데, 모두 자격정지 1개월 조처만 내려졌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맞고 잠든 여성 환자 3명을 추행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의사 양아무개씨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의료인의 면허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5년 제한에 그친다. 이후에는 면허를 재교부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데, 2015년부터 5년 동안 124건의 면허 재교부 신청 가운데 재교부 승인은 96.8%(120건)였다.

‘의도적이지 않은 교통사고 사망으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자격증이 취소될 수 있다’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축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2일 브리핑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는 대부분 벌금형이고, 실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는 무면허 운전이나 상대 운전자 폭행 등 의도적이고 악질적인 사고일 때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의사 등은 직무 범위가 전문영역으로 제한되어 있는 반면 변호사는 법률사무 전반에 미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해 직무 범위가 다른 의사와 변호사를 비슷한 수준으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이 헌재 결정은 의사와 변호사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국회의 입법 재량에 속하기 때문에 합헌이라는 것이지 이 둘을 항상 달리 취급하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전과 다르게 의사와 변호사를 동일하게 취급한다고 해서 위헌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의협에서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헌재 결정은 의사들이 공공성이나 사회적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이 아니고 의사는 우대해주는 것이 맞다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결정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사인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집단휴진 때도 보듯이 의사 사회는 의협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중범죄 의료인에 대한 자율규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대안을 가지고 요구를 해야지 ‘백신접종 협조 안 한다’, ‘파업하겠다’부터 말하는 의협의 태도는 백신접종에 온 사회가 사활을 걸고 있는 국면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최하얀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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