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광주 서구 시청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17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600명을 넘어선 것은 사업장과 병원, 학원, 어린이집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3차 유행의 재확산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설 연휴 기간 지역사회 전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0일 본격화한 3차 유행은 12월25일(신규 확진 1240명)에 정점을 찍은 뒤 완만한 감소 국면을 이어왔다. 최근 확진자가 다시 급증한 원인으로 정부는 설 연휴 이후 증가한 검사건수, 방역조처 완화 등을 꼽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설 연휴 동안 검사를 안 받았던 사람이 일시에 몰리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인지 좀 더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반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여러 어려움을 고려해 몇 가지 (방역)조처들이 완화된 측면이 있다. 그런 영향도 이번주에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밀집·밀접·밀폐 등 이른바 ‘3밀’ 환경에서 합숙생활을 한 공장들에선 100명 이상씩 확진되는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산업단지에 있는 한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외국인 노동자 106명을 포함해 11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평소 공장과 기숙사에서만 지낸 것으로 파악하고 단체생활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 공장을 일시폐쇄했으며, 진관산업단지에 이동검진소를 설치해 산단 59개 업체 직원 1200여명을 상대로 전수검사에 나섰다. 확진자 상당수가 설 연휴 기간 공장과 산업단지를 벗어나 모임 등 외부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돼 지역사회 확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첫 확진자가 나온 충남 아산시 탕정면 귀뚜라미보일러 공장과 관련해서도 이날 70여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124명(오후 6시 기준)으로 늘었다. 이날 대전에서 발생한 5명까지 포함하면 누적 확진자는 129명에 이른다. 이들은 설 연휴기간에 만난 공장 직원들의 가족이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서는 이날 2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140명으로 늘어났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설 이전부터 (코로나19에) 노출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해당 기간 병원에 입실한 환자, 보호자, 간병인, 퇴원자 등 전국 단위의 일제검사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감염자가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 용인시는 순천향대병원에서 퇴원한 환자가 지난 15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그의 가족 등 4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원과 어린이집, 모임 등을 통해서도 새로운 집단감염이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 학원과 경기 고양시 어린이집과 관련해선 모두 지난 14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각각 17명, 10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설 연휴 가족모임을 가졌다가 확진된 사례도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부산시는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의 동선을 추적한 결과, 설 연휴 영도구 부모님댁을 방문했고 이날 모인 일가족 6명이 전원 확진됐다”고 밝혔다. 경북 봉화와 예천에서 타지 자녀 등과 접촉한 이들도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이날 5건이 추가돼 총 99건으로 늘었다. 이들은 모두 앞서 38명이 감염됐던 경남·전남 외국인 친척모임 관련 확진자들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번주부터는 확산세를 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 최선이고, 최악의 경우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며 “4차 유행은 생각보다 더 빠르고 큰 규모로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혜미 박경만 송인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