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단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2~3월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만 65살 이상 고령층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등을 일단 제외하기로 했다.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다음달 말께 확보한 뒤 접종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첫 접종 대상이었던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최소 한달 이상 미뤄지면서, 오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한 정부의 예방접종 계획은 시작부터 불안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15일 ‘코로나19 2~3월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하며, “우선 요양병원·요양시설 등 고령층 집단시설의 만 65살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하고, 만 65살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는 3월 말께로 예상되는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추가 임상 정보를 확인한 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접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은 지난 11일 열린 질병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참석자 13명 가운데 10명이 이 같은 예방접종 계획 수정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예방접종전문위는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예방접종 계획을 심의하는 기구다. 추진단은 이런 결정이 나온 이유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확인됐고, 중증질환 및 사망 예방효과도 확인돼 중증 진행과 사망 감소라는 예방접종 목표에 부합하는 백신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면서도 “다만 65살 이상 연령층에서 백신 효능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입증이 부족한데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지난달 말 발표했던 1분기 접종 목표 인구는 고령층을 포함해 약 130만명이었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약 54만명이 줄어든 75만9천명이 됐다. 우선 오는 26일부터 만 65살 미만의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27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이어 다음달부터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등 고위험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 35만4천여명과 코로나19 1차 대응 요원(119구급대·역학조사·환자이송·검체검사 및 이송 요원) 7만8천여명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 ‘코백스 퍼실리티’(세계 백신 공동구매 연합체)를 통해 이번달 또는 다음달 초에 들어올 화이자 백신 6만명분(11만7천회분)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등 일선 의료진 5만5천여명에게 우선 접종한다.
추진단이 밝힌 대로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추가 임상 정보를 새달 말께 확보한 뒤 예방접종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다면, 애초 접종계획과 벌어진 격차를 한두달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는 고령자가 7500명 정도 포함되어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수천만명에게 접종할 계획이기 때문에 일부 고령자 접종이 연기됐다고 해서 전체 계획에 차질이 생기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감염될 확률과 중환자 발생을 줄이는 게 어려워져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가 늦춰지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결정하지 않으면 계속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요양병원에선 출퇴근하는 종사자들이 감염의 매개가 되어왔기 때문에 종사자 접종부터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결정이 되레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자료만으로도 고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정부가 1~2분기에 주로 접종해야 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나서 한달 뒤에 자료를 추가해서 고령층 접종을 허가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훈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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