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프랑스 파리의 한 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화이자-바이오엔텍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주사액을 추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민간 제약업체에 660억원에 이르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공공 연구개발비를 지원한 만큼 그 성과를 시민들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시민건강연구소, 한국민중건강운동이 최근 발간한 ‘민중건강운동브리프(보고서)' 1월호를 보면, 정부의 연구개발비는 코로나19 백신 6개 후보물질에 모두 309억원, 치료제 4개 후보물질에는 346억원이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공공 연구개발비를 받은 후보물질은 백신중에선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비피(GBP)510’(110억원)이었고, 치료제 중에선 셀트리온의 ‘시티(CT)-피(P)59’(230억원)였다.
이 보고서는 백신과 신약의 판매 수익만이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이득이 막대한 상황도 함께 짚었다. 또한 정부가 나서서 임상시험 승인까지 통상 3~10년씩 소요되는 과정을 1년 내외로 단축하게 해줘 제약사의 비용을 절감해준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으로 올해 150억달러(약 16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보건의료기술 정보의 교류와 지적 재산권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코로나19 기술 접근 풀’(C-TAP)에 한국 정부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를 위한 공공재”(지난해 5월 세계보건총회 발언)라고 이야기했지만, 이 발언을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지만, 그 이득은 민간 제약사가 독점한다”며 “공적 재원이 투입된 만큼 그 성과는 시민만이 아니라 세계시민이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오업계에선 백신·치료제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큰 이익을 거둘 전망이 없다면 애초부터 개발에 나서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치료제는 국민건강 및 국가안보,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외 업체와 비교하면 국내 업체는 개발이 늦어지고 있어서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큰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앞으로를 위해 비축해놔야 하므로 정부가 개발비라도 보전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는 국민건강 및 국가안보,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필수라고 제약업계의 주장에 대해,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연구소 소장)는 “실제로 현황을 보면 연구개발비에 투입된 국가 재정과 수익에 비해 기업이 투자한 비용이 과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개발도상국이 코로나를 관리하지 못하면 선진국도 코로나 종식이 어렵다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번 같은 집단감염 사태가 또 올 가능성이 크기에, 장기적으로 국가가 연구개발·생산·배분·국제협조를 진행하는 주체로 나서는 공공성에 기초한 백신·신약 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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