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내 코로나19 병동에서 한 환자가 오전 10시 경 숨을 거뒀다. 간호사들은 시신을 사체낭에 담아서 공바로 나무 관에 시신을 넣었다. 그 모습이 종합상화실 폐쇄 회로 텔레비전 모니터에 전달 되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해 2월19일, 20년 넘게 머물렀던 병원에서 마침내 벗어났을 때 그의 몸무게는 42㎏에 불과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로 기록된 60대 남성의 이야기다.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 중이었던 그는 다인실에서 침대 대신 바닥에 이불을 깔고 지내왔다. 그가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은 숨진 뒤에야 드러났다. 같은 병원에서 확진자 2명이 나오자, 방역당국이 시신에서 검체를 채취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간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17일 기준 1249명(치명률 1.73%)에 이른다. 인명 피해는 60대 이상의 고령층에게 집중됐다. 80살 이상 사망자가 704명으로 전체의 56.37%를 차지한다. 이 연령대의 치명률은 19.45%다. 이어 70대 345명(27.62%), 60대 146명(11.69%), 50대 39명(3.12%) 등의 차례였다. 드물지만 30대와 40대도 각각 6명, 9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사망한 30대 가운데 1명은 지난달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구치소 수용자였다.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던 그는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에서 일하던 경주의 30대 간호조무사가 지난달 사망하기도 했다. 20대 이하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사망자들의 추정 감염경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시설과 병원이다. 11일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분석 자료를 보면, 요양병원·요양원,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숨진 이들은 전체 사망자의 52.2%에 이르렀다. 이어 미분류가 24.8%, 확진자 접촉이 9.9%, 지역 집단발생이 9.7%, 신천지 관련 2.7%, 해외유입과 그 관련이 0.6%로 집계됐다. 사망자들의 92.1%는 입원실에서 숨졌으며, 응급실 4.6%, 자택 2.8%, 기타 0.5% 등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망자의 비중은 95.7%에 달했다.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커질수록 확진 뒤 사망까지 걸리는 기간도 짧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2~7월 발생한 사망자는 확진 후 사망까지 22.2일이 걸렸다. 이는 2차 유행이 시작된 8월부터 11월까지 17.7일로 감소하고, 지난해 12월에는 13.5일로 점차 줄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명률이 높은 노인들이 밀집한 요양원·요양병원 등으로 집단감염이 번지고, 확진자 폭증으로 이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영향이다.
대규모 유행이 번지면 어김없이 병상 부족 문제가 불거지며 인명 피해를 불렀다. 방역당국 통계에 따르면, 13일 기준 병상 대기 중 사망자는 모두 11명에 이른다. 지난해 2월27일 대구에서 숨진 70대 신천지 교인이 첫 사례였다. 그는 지난해 2월25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당시 대구·경북에서는 연일 수백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해 병상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11명 가운데 9명은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을 웃돌기도 했던 3차 유행 이후 나왔다. 다만 해당 통계에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에서 숨진 이들은 빠져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할 여건이 되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의료기관이라는 이유로 제외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전까지 최대한 인명 피해를 줄이는 일이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똑같이 하루 1천명이 확진되더라도 그 구성에 따라 인명 피해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에 취약한 요양병원·요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늘면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고위험시설에 대한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예방의학)는 “민간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공 요양병원을 설립해서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혜미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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