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브리핑을 시청하고 있다. 정부는 19일 0시를 기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인천은 23일 0시부터 적용한다.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경기는 19일부터, 인천은 23일부터 2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올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유행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지난달 12일 1단계로 완화됐던 거리두기를 한달여 만에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아직 전국적 유행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강원도의 신규 확진자 수 요건이 1.5단계 기준을 충족했으나 격상 여부는 시·군·구 단위에서 정하도록 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과 강원도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수능시험이 2주 뒤(12월3일)로 예정됨에 따라 학생들이 안심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방역을 강화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최근 거리두기 체계를 개편하면서, 지역적 유행이 본격화하면 생활방역(1단계)에서 1.5~2단계로 올려 권역별 대응을 펼 수 있도록 했다. 전국적 유행에 대한 대응은 2.5~3단계로 잡고 있다.
최근 한주 동안(11월11~17일) 수도권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111.3명으로, 방역당국의 1.5단계 격상 기준인 100명을 넘었다. 보조지표인 60대 이상 고령환자 수도 39.7명으로 격상 기준인 40명에 육박한다. 강원도의 지난 한주 하루 평균 확진자는 15.3명, 60대 이상 확진자는 4.6명으로 격상 기준인 10명과 4명을 이미 넘어섰다.
다만 수도권 전체 확진자의 96%가 서울과 경기에서 발생했고, 인천은 하루 평균 4명이 발생하는 등 확진자가 적은 편이다. 정부가 인천의 1.5단계 적용 시점을 23일로 늦추고 강화‧옹진군 등 일부 지역은 1단계를 유지하기로 한 배경이다.
강원도는 1.5단계 격상 기준을 충족하지만, 도 자체적으로 시·군·구 단위에서 격상 범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원주‧철원‧인제 등 영서지역에서만 감염이 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철원군은 19일 0시부터 거리두기 1.5단계를 적용해 시행하기로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강원도는 영동‧영서가 태백산맥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다소 분리돼 있어 서로 간의 상호 유입이 잘 안 되는 측면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30명으로, 나흘 연속 200명대를 이어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유행은 전국 확산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호남권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비수도권으로도 유행이 번지는 모양새다. 전남대병원 관련 확진이 늘고 있는 광주시도 19일부터 거리두기 1.5단계를 적용한다.
이날 발표된 지역 외에도 향후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지역적 유행 단계를 감안한 대응이지만, 일부에선 전국이 사실상 일일생활권인데 일률적 격상이 아닌 경우 실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현재 확진자 규모가 200명대인데 이들은 열흘 전에 감염된 사람들”이라며 “1.5단계로 올려도 당장 확산세를 잡기는 쉽지 않고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혜미,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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