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광주시가 27일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행정명령을 집합제한에서 금지로 격상하며 사실상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에 준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사진은 27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행정명령에 따라 영업 중단 중인 광주 동구 충장로의 게임장. 연합뉴스
27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5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인 441명으로 집계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검토 중인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의 단계도 고민이지만, 지금은 각 단계에 맞는 실천이 확실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주시가 이날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441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천지예수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이어지던 지난 3월7일(483명)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이 가운데 수도권이 70%가량인 313명인데, 이 지역에서 하루 확진자가 300명을 넘은 것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이다. 비수도권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넘은 것도 3월21일 이후 처음이다. 현재 코로나19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크게 번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일단 계획대로 주말까지 발생 상황을 더 지켜본 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복수의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지 일주일이 되는) 토요일까지 추이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광복절 광화문 집회 등과 연관된 최근의 확진자 급증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모인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퍼진 상황인데, 이들을 찾아 검사를 받게 해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방역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랑제일교회 신도·방문자와 광화문 집회 관련자의 검사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사랑제일교회 신도·방문자 5912명 가운데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32%(1902명)가량이고, 광화문 집회 참가자와 인근 방문자 5만1242명 가운데 검사를 마친 이는 16%(8036명)가량에 그친다. 특히 사랑제일교회 신도·방문자 가운데 광화문 집회 참석자는 639명인데, 이 중에서도 검사를 받은 사람은 아직 241명(38%)뿐이다. 확진자는 79명으로, 양성률이 32%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다수가 검사를 거부하는 사이 광화문 집회를 고리로 한 코로나19 발생이 전국 13개 시도로 번졌다는 점이다. 특히 광주에선 집회 참가자들이 이 지역 교회를 방문하는 등의 여파로 이틀간 신규 확진자가 50명 넘게 나왔다. 이날 광주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3단계에 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다음달 10일 정오까지 광주에선 △종교시설 비대면 활동만 허용 △집단 체육활동 집합금지 △오락실·경로당·목욕탕 등 집합금지 △학원·키즈카페 등 10인 이상 집합금지 등이 시행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이 정점이라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 환자 발생 수준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지안 영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광복절 집회가 문제라고 하지만,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큰) 연휴를 만든 건 정부”라며 “사실은 정부가 생활방역을 무너뜨리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미나 박준용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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