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가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공의협의회 회장단과 면담에 앞서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업무에서 손을 뗐다. 연합뉴스
23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긴급 회동을 통해 일부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공의들이 코로나19 대응 진료에는 적극 참여하기로 했으나, 전면적인 업무복귀를 선언한 것은 아니어서 진료 공백 우려가 여전한 탓이다.
이날 정 총리와 박지현 대전협 회장 등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 의료계의 집단휴진 강행 등을 두고 협의를 벌였다. ‘정부는 대전협을 포함한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엄중한 코로나19 시국을 고려해 전공의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료에 적극 참여한다’는 합의문이 나오기까지 양쪽은 2시간30분 동안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선별진료소 업무가 늘고 위·중환자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었기 때문에, 비판 여론을 의식한 전공의들이 일단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공의들은 21일부터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22일 레지던트 3년차에 이어 이날 1~2년차 레지던트까지 모두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단체행동을 해도 필수 인력은 남기겠다’고 했지만, 일부 병원에선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일할 인력도 남기지 않고 전공의 전원이 진료 현장을 빠져나가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을 경유한 중환자는 당분간 받지 않는다’고 내부에 공지했고,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21일부터 코로나19 검사 업무를 축소한 상태였다.
이날 긴급 회동은 의협이 먼저 국무총리와 여야 대표에게 ‘긴급 간담회를 하자’는 제안 공문을 보내 성사됐다. 전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코로나 안정화 때까지 정책을 보류할 테니, 집단휴진을 일단 멈춰달라’고 한 제안은 ‘정치적 수사의 반복’이라며 거부하고, 대화 상대를 정 총리와 정치권 등으로 넓힌 모양새다. 정 총리는 24일 오후에는 의협을 만나 추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극한 대립에서 사태 수습 쪽으로 일보 나아갔지만, 진료 공백 우려는 여전하다. 대전협 관계자는 “현장으로 전부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별진료소와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는 참여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도 “완전한 집단휴진 철회는 아니다”라며 “코로나 상황이 안정세가 될 때까지 정원 확대 추진은 보류하고, 정부가 대전협 등과 진정성 있께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공의에 더해 전임의·봉직의들과 개원의들이 순차적으로 집단휴진에 가세한다는 계획 역시 철회되지 않았다.
암환자 커뮤니티에서는 “당장 의료대란이 없다지만 누가 죽어야 대란이라고 할 거냐” “왜 죄 없는 환자의 생명을 이용하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한 환우회 카페에 글을 올린 이용자는 “가족이 췌장암 4기인데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 아산병원에 연락해보니 병원들이 다 파업 중이라 9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최하얀 이지혜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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