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정세균 국무총리 코로나19 방역 강화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집은 가정보육 권한다는 문자가 왔는데, 유치원은 보내시나요?’ ‘아이 학원은 보내도 괜찮을까요?’ ‘카페와 식당은 괜찮고 피시방만 문을 닫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수도권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조처가 시행되기 시작한 19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관련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날 0시부터 피시방, 300인 이상 대형 학원 등 고위험 시설 12곳의 운영은 중단됐다. 어린이집과 사회복지시설에는 휴원 또는 휴관이 권고됐다.
하지만 ‘거리두기’로 인한 파장을 감당해야 하는 개인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가 ‘집에 머물러달라’ ‘영업을 중단해달라’고만 거듭 강조할 뿐, 돌봄 공백과 영업 손실 등에 대해서는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은 탓이다. 초등학생 2명을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서울 마포구의 ㄱ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3월 초에 상사가 눈치를 줘서 가족돌봄휴가도 못 쓰고 며칠만 겨우 연차를 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족돌봄휴가는 무급으로 최대 1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열이 나거나 아프면 쉬라는 개인 방역수칙도 실제로는 지켜지기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분석 결과를 보면, 유급병가를 보장하고 있는 민간기업은 7.3%에 불과하다.
피시방·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다. 고위험시설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 보상 대책과 관련해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확진자가 나온 시설에는) 손실보상위원회를 통해 보상하고 있지만 이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은 아직까지 답변을 드릴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는 이날 긴급성명을 발표해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역 조처만으로는 위기를 막기 어렵다”며 “정부가 ‘거리두기’를 실제로 가능하게 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돌봄 공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충분한 가족돌봄휴가를 보장하고 △‘아프면 3~4일 쉬기’가 가능하도록 단기 유급병가 제도를 즉시 도입하는 등의 좀더 실효성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정부 계획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마련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 방역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현재 상황은 3단계로 격상하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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