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천상’ 수상자 백영심 간호사는 말라위에서 ‘시스터 백’으로 불린다. 사진 중외학술복지재단 제공
“환자 곁을 지키고 돌보는 일이 간호사의 당연한 소명입니다. 코로나19 격리병동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간호사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지요. 이처럼 큰상까지 또 받으니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돕는 일에 남은 인생 전부를 걸 만합니다.”
아프리카의 최빈국인 말라위에서 30년째 의료봉사를 해 와 ‘오지의 나이킹게일’ ‘동반자 시스터 백’으로 불리는 백영심(57) 간호사가 20일 ‘제8회 성천상’ 수상자로 뽑힌 소감이다. 성천상은 제이더블유(JW)중외제약의 창업자인 고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제정한 상이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의 성천상위원회는 이날 “역대 처음으로 간호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며 “마침 나이팅게일 탄생 200돌 기념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세계 간호사의 해’여서 더 뜻깊다”고 밝혔다.
제주 함덕의 가난한 농가 집안에서 태어난 백씨는 언니의 권유로 간호대에 진학했다. 1984년 제주 한라대 시절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그는 졸업한 뒤 고려대 부속병원에서 일하다 27살 때인 90년 동광교회 파견 선교사로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떠났다. 케냐의 마사이 부족 마을에서 2년간 활동하고 귀국한 그는 아예 한국 생활을 정리한 뒤 말라위로 갔다. 주민 500명의 치무왈라에서 가방을 들고 다니며 의료 봉사를 시작한 그는 주민들과 벽돌을 직접 만들어 약 99㎡(30평) 규모 진료소를 지었다. 소문을 듣고 몰려드는 환자들을 다 감당하지 못해 힘겨워하던 2005년무렵 한국의 한 기업인 독지가가 “기적처럼” 나타났다. 대양상선 정유근 회장이 우연히 말라위의 한인 동포에게 백씨 얘기를 전해 듣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정 회장의 사재 33억원 덕분에 2008년 릴롱궤에 대양누가병원을 설립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대양상선은 매월 1억 원 이상씩 지원해, 현재 200병상에서 연간 20여만 명을 치료하고 있다.
백영심 간호사가 2001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현지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중외학술복지재단 제공
하지만 2010년 대양간호대학을 세울 무렵 백씨에게 또 한번 위기가 찾아왔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를 대신해 이화여대에서 은퇴한 김수지 박사가 대양간호대학의 초대 학장을 맡아줬다. 그 덕분에 그는 이듬해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후유증을 얻었다. 2012년엔 현지에 정보통신기술(ICT)대학도 세웠다. “힘들 때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태평양의 물 한 방울 정도지만, 그 물 한 방울이 없다면 태평양의 물은 결국 한 방울이라도 줄어드는 것 아닌가’라고 한 테레사 수녀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그때 그는 말하기도 했다.
백씨는 2012년 외교통상부가 제정한 아프리카 봉사상인 ‘이태석상’을 수상했다. 2013년 국제적십자위원회에서 주는 간호사 최고 영예인 ‘나이팅게일 메달’을, 2015년에는 ‘호암상 사회봉사상’도 받았다. 그때마다 상금을 다시 병원에 내놓은 그는 의대 설립을 추진중이다.
지난 3월 말라위에서 귀국해 제주에 머물고 있는 백 간호사는 현지 공항 봉쇄가 해제되는 대로 다시 ‘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시상식은 새달 18일 서울 서초동 제이더블유중외제약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상금은 1억원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중외학술복지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