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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황교수 부를 때마다 진술 바꿨다”

등록 2006-01-10 19:05수정 2006-01-11 00:31

서울대 조사위원회 정명희 위원장이 10일 오전 황우석 교수 연구 의혹에 대한 조사위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위해 서울 신림동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서울대 조사위원회 정명희 위원장이 10일 오전 황우석 교수 연구 의혹에 대한 조사위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위해 서울 신림동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조사위원들이 전한 뒷얘기…결론은 ‘원천기술도 증거없음’
“줄기세포 하나도 없다고는 생각못해…”
감옥같은 26일 새벽까지 조사 강행군

“조사위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한달여의 강도 높은 조사를 마친 8명의 서울대 조사위원회 위원들은 10일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홀가분하면서도 지친 표정으로 각자의 ‘본업’으로 돌아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원은 단 한 개의 줄기세포라도 있거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던 조사위원들이 ‘줄기세포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느낀 허탈감을 전했다. 이 위원은 조사에 임하는 황우석 교수의 태도에 대해 “굉장히 협조적이었고, 우리한테 ‘진실을 밝혀 달라’고 간청하기까지 했다”며 “이병천 교수와 강성근 교수 등도 협조를 잘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난자 실험기록이나 일지, 세포 관리 등이 다 엉망이었다”며 황 교수팀의 실험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 때문에 “그저 인위적 조작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할 뿐, 어떻게, 누가 했는지 결론을 내리기 힘들어 검찰에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기록·세포관리 다 엉망”

다른 조사위원은 “6개월의 시간을 주면 원천기술을 선보일 것”이라는 황 교수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난자를 2천개나 쓰고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고, 사람 난자가 장난감도 아닌데 실패가 분명한 연구를 위해 시간을 준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여겨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표의 신뢰도에 대한 질문에 “조사위원 8명의 의견이 모두 일치해야 결론이 나오지 한 명의 의견에 끌려가지는 않았으며, 게다가 외부 전문가 8명한테서 조언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조사위원 명단이 나돈 것에 대해 “어떻게 경력, 학력, 심지어 본적이나 개인정보까지 알아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명단 유출 뒤 일부 위원들과 서울대 관계자들은 많은 항의성 전자우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 기간의 고충에 대해 “매일 새벽 1~2시까지 조사를 강행하는 등 거의 감옥생활이었는데, 밖에서는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며 “가르치는 학생들 성적도 매기는 등 교수로서의 일도 해야 하는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조사위원은 “(황 교수팀이) 몇년 동안 실험을 했는데도 확보할 수 있는 기록이 거의 없었다”며 “이 때문에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실험한 날짜와 보관일 등을 일일이 맞춰봤다”고 말했다. 그는 “줄기세포 계통도를 만드는 데만 꼬박 사흘이 걸렸다”며 “계통도를 완성한 다음에야 ‘이제 좀 해볼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위원은 2005년 논문의 진위는 조사를 벌인 지 2주일 안에 전모가 밝혀졌지만, 2004년 논문이 가짜라는 점이 드러난 것은 의외의 ‘성과’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논문과 체세포 공여자의 디엔에이 지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자, 조사위원들 사이에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니 이쯤이면 충분하다’는 의견과 ‘이 세포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조사위는 이 세포가 단성생식에 의한 것임을 밝혀낸 것이다”라고 성과를 자랑했다.

그는 “2005년 논문의 실체를 알고 나서도 개인적으로는 2004년 것은 틀림없이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시작 일주일 뒤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연구의 실체가 보이니까 위원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무슨 거대한 음모에 다가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한 심정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론의 공격이 잇따를 것이고, 황 교수 자체가 이미 권력이 됐기 때문에 그걸 파헤쳐서 득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브릭 등의 게시판을 들어가 보며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젊은 생명과학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결의로 조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황 교수에 대해 “협조적이긴 했지만, 부를 때마다 진술이 바뀌어 심지어는 뭘 제대로 아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그를 계속 불러 진술을 받다가는 끝이 안 날 것 같아 다른 교수들과 연구원들을 조사한 뒤 (황 교수한테) 전화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교수, 진실 밝혀달라고 간청해”

서울대 조사위는 10일 최종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8명 조사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조사위에는 서울대 쪽에서 위원장인 정명희 의대 교수(분자약리학)를 비롯해 정진호 의대 교수(피부과학), 이인원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곰팡이 독소학), 오우택 약대 교수(신경생리학), 김홍희 치대 교수(세포신호전달), 박은정 법대 교수(법철학)가 참여했다. 다른 대학에서는 이용성 한양대 의대 교수(유전자분석 생화학), 정인권 연세대 이과대 교수(분자세포 생물학)가 포함됐다. 출범 초기에는 류판동 서울대 수의대 부학장도 참여했지만 류 교수가 조사위가 활동을 시작한 지 1주일도 안 돼 “황 교수와 같은 단과대에 소속한 교수로서 부담스럽다”며 사퇴해 8명이 됐다.

조사위는 지난해 12월15일부터 9일까지 모두 26일 동안 서울대 소속 연구원 등 54명에 대해 면담조사를 벌였다. 또 피츠버그대에 머무르고 있는 연구원 3명에 대해서는 전자우편과 전화 인터뷰로 조사했다. 조사위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모두 50시간 분량의 녹취를 했으며, 관련기관과 관련자들에게 모두 100건의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디엔에이 지문 분석 결과의 해석과 핵이식 체세포 복제 등에 대해서는 국가연구소와 각 대학 교수 등 전문가 8명에게 자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정애 유선희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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