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대구 중구 경구중학교에서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교실과 복도에서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의 방역 체계로 예고해온 ‘생활방역 체계’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방역 체계를 전환할 수 있는 지표로 지역별 환자 분포와 전파력 등을 추가로 고려할 계획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13일 “(국민 여론을 수렴해 확정될) 최종적인 생활방역 수칙은 한꺼번에 완성된 형태로 제시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우선 안정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가능한 영역이나 단계부터 먼저 (적용)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도 “생활방역으로 바뀌어도 한번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적으로 해제한다는 것이 아니다. 단계적인 방향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방역 체계를 전환하더라도, 지역별 또는 집단별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곳부터 단계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주나 호남 등 코로나19 발생이 미미한 지역은 사회적 격리로 경제활동이 마비된 상태를 푸는 걸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방역 체계의 ‘단계적 전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것이 자칫 코로나19 재확산을 부를 여지를 막는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만해도 된다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지난 4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면서 생활방역 체계 전환의 기준으로 든 ‘하루 신규 확진자 50명 이하, 감염경로를 모르는 환자 5% 이하’라는 지표는 이미 충족해, 더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방역 체계 전환 시기를 못박지 않는 데는 이런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강립 조정관은 “생활방역 체계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릇된 메시지를 전해드리는 게 아닐까 염려된다. 하지만 이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단이나 후퇴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둘러싼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만큼, 방역당국은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하는 기준은 더 강화할 방침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한국의 감염재생산지수가 6∼7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1 이하로 떨어졌는데 이런 재생산지수도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생활방역 체계 전환에 필요한) 기준치 마련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지역별 환자 분포, 의료체계 역량 등도 추가로 고려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과 방역의 공존’인 생활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 중대본이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공개한 ‘생활방역 핵심수칙’은 △아프면 3~4일 쉬기 △사람과 사람 사이에 두 팔 간격 두기 △손을 자주 꼼꼼히 씻고 기침할 때 옷소매로 가리기 △매일 2번 이상 환기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하기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하기가 뼈대다. 개인 위생수칙 수준도 담겨 있지만, ‘아프면 쉬기’ 같은 내용은 개인의 노력만으론 실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수칙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실제로 사업장에 수칙을 적용해야 하는 분들과 방역당국이 논의를 꼭 해봐야 한다. 요양병원에서 사람 간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환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가능할지, 줄인 뒤 비용 보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함께 논의해야 적용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생활방역 수칙을 실행하려면 시설별로 방역상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를 낮추기 위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비용 논의까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직장에서 질병휴가를 원활하게 쓸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법, 온라인으로 근무하는 것이 어려운 회사에 대한 지원 방법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지 이야기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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