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의료·건강

“‘최고과학자’ 취소말고, 제도 자체를 없애라”

등록 2006-01-06 15:58수정 2006-01-06 16:23

과학도, ‘몰아주기 지원·스타만들기’ 과학에 도움안돼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으로 ‘제1호 최고과학자’ 지위를 곧 박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과학도들 사이에서 최고과학자 제도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이 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는 국내외 한국인 과학자를 대상으로 매년 1~2명씩 10명을 선정, 1인당 30억원씩 5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하고 후원회 결성 등 연구 환경과 각종 경제·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최고과학자 선정은 한국과학재단이 과학기술 관련 학회·협회·단체 등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분야별 전문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고과학자 풀' 명단을 작성한다. 전문분야 심사위는 최고과학자 후보에 오른 과학자를 대상으로 연구업적과 향후 연구가능성을 평가, 5명을 골라 과학계 원로 10명으로 구성된 최고과학자위원회에 추천한다. 최고과학자위는 심사의견과 토론을 거친 다음 비밀투표를 통해 최고 과학자를 선정하는데, 황 교수는 지난해 6월 만장일치로 첫 최고과학자로 선정됐다.

과학도, 최고과학자 선정 자체가 문제


과학도들은 최고과학자 제도를 만든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과학계의 연구 시스템에 대한 고려나 의견수렴 없이 급조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이참에 최고과학자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게시판에서도 이 제도를 두고 의견교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애초부터 황 교수를 지원하기 위해 급조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고, ‘선택과 집중’에 따라 특정 연구자를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과학계 연구풍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브릭 게시판에서 “aste...”는 “최고과학자 선정 사업은 행정편의주의적이고 보여주기식 과학진흥정책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결국 과학의 발전보다는 과학자 한 두명 띄우고 그 사람들만 지원해 정부가 과학 발전을 위해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jhje...’는 “이 제도는 황우석 박사를 밀어주기 위해 급조된 제도”라며 “과학 분야에 박정희식 경제모델과 유사한 ‘선택과 집중’을 들먹였는지, 무엇보다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고 연구비를 집행한 만행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scie...’는 “시작부터 잘못된 것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보다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고과학자 사업으로 배정된 예산은 다른 고급 인력들이 연구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 이러한 지원 시스템은 “이공계 문제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경제·사회적 대우가 좋지 못한 것이 원인이며, 해결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공언했던 정부의 과학기술 육성정책 방침과도 배치된다.

이와 관련해 ‘as58...’는 “1명만 선발해 30억씩 5년 동안 지원하는 최고과학자 사업보다는 차라리 그 예산으로 한국과학상 수상 인원을 60명으로 늘려 5년 동안 연구비 5000만원씩 지원하거나 매년 150명 선발해 1억을 지원하는 것이 과학계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과학상 수상자에게는 500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또 40살 미만의 과학자 가운데 우수한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젊은과학자상 수상자들은 5년 동안 매년 3000만원의 연구장려금이 지급되고 있다. 반면, ‘선택과 집중’식 연구지원으로 황 교수가 1988년 이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모두 658억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는 젊은 과학도들에게 지원될 예산 중 일부가 전용돼 황 교수에게 지원되기도 했다.

때문에 과학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탁상행정을 비난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yeon...’는 “현장 경험이 전무한 채 책상에서 습득한 지식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니, 현장의 과학자들의 요구를 알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고과학자 황우석, 선정과정에서도 잡음 있었다

한편, 최고과학자 선정은 황 교수가 선정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최고 과학자 추천대상에서 탈락한 ㅈ아무개씨가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과학기술부의 최고 과학자 선정을 위한 ‘전문 분야별 심사위원회’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청와대에 심사 기준 및 과정, 심사위원회 인적사항 공개 등을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황 교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유명세에 현혹되지 말고 연구 업적이 기술적 가치가 있는지 냉정한 입장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과기부와 과학재단은 그에게 선정 심사 기준 및 심사 과정 등에 대한 답변만 했을 뿐 황 교수의 최고 과학자 선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고과학자선정위가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인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과 정부 인사인 최석식 과학기술부 차관을 비롯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초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등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협회나 단체의 수장으로 구성되면서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가 일기도 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한길과 정반대…한국사 스타강사 강민성 “부끄럽다” 1.

전한길과 정반대…한국사 스타강사 강민성 “부끄럽다”

[속보] 황운하·송철호 무죄…‘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1심 뒤집혀 2.

[속보] 황운하·송철호 무죄…‘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1심 뒤집혀

“구준엽, 마지막 키스로 작별 인사”…지인이 전한 이별 순간 3.

“구준엽, 마지막 키스로 작별 인사”…지인이 전한 이별 순간

명태균·윤 부부가 띄운 ‘제보사주’, 앞장서 퍼뜨린 조선일보 4.

명태균·윤 부부가 띄운 ‘제보사주’, 앞장서 퍼뜨린 조선일보

교실서 “윤석열이 이기면 법원 습격은 민주화 운동”…극우가 심은 씨앗 5.

교실서 “윤석열이 이기면 법원 습격은 민주화 운동”…극우가 심은 씨앗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