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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환자·간병인·보호자 모두 ‘음성’ 돼야 입원하게 지침 바꿔”

등록 2020-03-09 23:01수정 2020-03-10 02:30

‘확진’ 17일만에 다시 연 은평성모병원

비의료진 이송요원·간병인 확진 계기로
병원 내 모든 이에 대한 감염관리 강화
500명 퇴원·전원 조치, 의료공백 후유증
“진료하던 환자 상태 아는 의료진들이
하루 500~800건 전화처방이라도 해 다행”
9일 오전 서울 은평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문에서 방문자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전자문진을 하고 있다. 이 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달 21일 잠정 폐쇄했다가 이날 오전부터 진료를 재개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은평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문에서 방문자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전자문진을 하고 있다. 이 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달 21일 잠정 폐쇄했다가 이날 오전부터 진료를 재개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폐쇄됐던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이 9일 다시 문을 열었다. 하루 외래환자 3천여명, 병상만 800여개인 서울 시내 대형병원이 보름 넘게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를 겪는 동안, 입원 환자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등 의료 공백으로 인한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분당제생병원이나 서울백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병원 내 감염 예방과 사후 대처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병원 감염의 가장 큰 두가지 문제는 면역력 약한 환자들이 다수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의료진의 격리 등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거점병원으로 하루 응급환자 150여명, 수술 100여건을 맡아온 은평성모병원도 이런 문제를 맞닥뜨려야 했다. 지난달 21일 하루아침에 병원이 문을 닫았다. 확진자와 접촉해 1인 1실에 격리조치한 환자와 전원이 어려운 중환자실 환자 190여명만 병원에 남아 진료를 겨우 받았다.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은 환자 500여명은 퇴원 및 전원 조치됐다.

이 과정에서 은평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산모의 출산을 다른 병원이 받아주지 않거나, 이곳에서 출산한 산모를 산후조리원들이 거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전원이 순조롭지 않다 보니 병원 쪽은 가톨릭대 계열의 다른 병원들에 환자들을 받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은 “항암·투석환자 등 스케줄에 따라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 문제와 다른 병원의 환자 거부 등으로 현실적으로 진료 공백 상태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은평성모병원은 이번 사태를 통해 ‘감염관리 대상에 대한 사각지대 해소’가 감염 예방의 가장 큰 관건이라는 점을 교훈으로 얻었다. 은평성모병원 관련 첫 확진자는 의료진이나 환자가 아닌 환자 이송요원이었던 데 이어, 2·3번째 확진자는 각각 입원 환자와 다인실에 함께 있던 다른 환자의 간병인이었다. 이송요원과 간병인은 병원에 매일같이 드나들었지만 이들에 대한 감염 관리나 교육 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후 2차 감염까지 발생하며 병원 관련 확진자만 14명으로 늘었다. 이송요원은 발열 등의 증상이 지난달 2일부터 있었지만 확진된 20일까지 기침 등을 하며 많은 병상을 돌아다녔다.

권 원장은 “환자와 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의 수많은 협력업체 직원들과 각종 사설 업체에서 보내는 간병인까지 하나의 의료 공동체라는 점을 이번에 크게 깨달았다”며 “병원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철저한 스크리닝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 쪽은 뒤늦게 입원 환자는 물론 간병하는 보호자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거쳐 음성으로 판정이 나야 입원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은평성모병원이 문을 닫는 동안 의료계 안팎에선 병원 폐쇄와 관련한 기준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상 “의료기관 내에 있는 접촉자의 격리 기간이 모두 경과한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해제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어서다. ‘격리 기간’에 해당하는 14일을 지나지 않고 폐쇄를 해제하기 어렵다는 게 서울시 쪽 입장이었다. 의료기관 내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선 등을 고려해 의료기관을 전체 또는 부분폐쇄하게 되는데, 서울시 쪽은 “응급실이나 외래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면 부분폐쇄를 할 수 있었겠지만, 이송요원과 간병인이 감염돼 심각하게 판단해 (전부폐쇄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병원 쪽은 확진자가 나온 뒤 전 직원 2248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해 전원 음성이 나왔고 격리 및 소독 조처 등을 했기 때문에 좀 더 이르게 개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부분 폐쇄하고 다른 병동에서 진료 등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지침상 명확하지 않다”며 기간을 보수적으로 잡아 마지막 확진자와의 접촉일로부터 격리 기간을 다 채운 뒤 9일 재개를 결정했다. 이 기준은 다른 병원 폐쇄 및 재개 문제에서도 계속 논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은평성모병원은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 대해서 한시적 지침 허용으로 전화 처방을 할 수 있었다. 은평성모병원은 병원 폐쇄 뒤 하루에 500~800건 전화 처방을 했다. 권 원장은 “하루이틀 소홀하게 약을 먹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는 환자들에게 이들의 상태를 잘 아는 의료진이 처방이나마 할 수 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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