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35개 여성단체는 4일 오전 한국언론회관 7층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쓰인 난자 채취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현장] 기자회견, 원천기술·취재윤리 속 묻힌 ‘여성인권’ 문제삼기로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등 전국 35개 여성단체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쓰인 난자 채취과정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4일 오전 한국언론회관 7층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논란의 핵심은 논문 조작, 줄기세포 및 원천기술 존재 여부 등에만 집중돼 여성 인권과 직결된 난자사용과 관련한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돼 왔다”며 “이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난자, 여성의 몸은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인데도 정부와 과학자, 대다수 언론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짓밟혀 왔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황 교수팀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개수 및 출처, 연구원에 대한 강압성 여부, 난자 제공 여성의 우휴증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당사자 증언과 언론 취재를 통해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난자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수많은 난자 사용으로 윤리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배아복제 연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든 진상이 철저히 규명될 때까지 정부, 관련 기관, 언론에 대한 감시 및 대응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며 △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개정 △‘인공수정에 관한 법률’ 제정 △배아연구가 갖는 근본 문제에 대한 인식 확대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국민합의 형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론에 밀려 ‘생명윤리법’ 제정이나 황 교수 연구 논란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담지 못했던 여성계가 더이상 침묵하고 있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나 난자기증재단 문제 등 구체적인 활동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조만간 구체화하겠다고 밝혀 향후 강도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대한YWCA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엲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보육교사회,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함께하는주부모임 등이 참여했다. 3일 <피디수첩> 방영이 여성계 ‘결집’ 가능하게 해 여성단체가 한목소리를 낸 데는 3일 방송된 <피디수첩>이 황 교수팀의 ‘난자 채취의혹’을 재조명한 것이 계기가 됐다. <피디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매매 난자 사용과 연구원 난자제공 등의 윤리문제가 연구 진위논란이 불거지면서 묻힐 뻔했던 △비자발적인 황 교수팀 소속 연구원의 난자 제공 △미즈메디병원에서 제공된 난자가 매매된 것임을 황 교수가 처음부터 알았다는 사실 △난자제공 여성에게 1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10명의 환자를 모집하려 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또 연구에 사용된 난자가 논문에 실린 185개가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황 교수팀이 사용한 난자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제공한 423개(2004년 논문)와 1천여개(2005년 논문)에다 한나산부인과가 추가로 공급한 200여개 등을 합하면 1600여개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서울대 조사위원회도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논문보다 훨씬 더 많은 난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황 교수가 2005년 5월 <사이언스> 논문에서 18명의 여성에게서 기증받은 난자 185개로 31개의 배반포기 배아를 복제하고 여기서 11개의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것은 거짓임이 드러난 상태다. <피디수첩>은 또 난자를 제공한 연구원이 지인에게 보낸 이메일을 근거로, 소속 연구원의 난자기증이 `자발적'이 아니고 `강압'일 수 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으며, 난자 제공 후 후유증을 앓고 있는 여성의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여성의 인권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 요구 여성단체는 이에 대해 “여성의 몸을 과학기술과 국익의 도구로 치부하는 지금의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황 교수팀이 2004년과 2005년 논문을 위해 사용한 난자의 제공과정 및 절차, 제공기관, 제공인원, 난자개수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연구비 지원 철회, 배아복제 연구 근본적인 재검토, 검찰 수사를 통한 책임자 처벌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번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으며, 난자채취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과 후유증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국가적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시행된 이후 줄기세포 연구와 난자제공 등에 대해 철저한 관리 감독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객관적 검증위원회 구성 및 검찰 조사 등을 통해 배아줄기세포 연구과정의 난자제공과 관련한 법적·윤리적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불법으로 난자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 기관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해당 부처에 대한 문책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난자 기증자의 20%가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생명윤리법’ 제38조에 명시된 관리”·감독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난자 제공 여성들의 후유증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 국가적 차원의 배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음성적으로 이뤄진 인공수태시술기관의 잔여 난자 및 배아 관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생명윤리법’ 개정과 ‘인공수정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난자제공 과정에서의 강압성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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