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쥐 대신 ‘아바타’ 바이오칩을 이용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항암제를 고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서울아산병원 장세진 병리과 교수·의생명연구소 김민서 박사팀은 환자의 폐암 세포를 배양해 개인별 특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장기 유사체(오가노이드) 배양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약물 유효성을 검증하는 시험 모델로서 이 기술이 유용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10일 밝혔다. 암 오가노이드란 환자의 조직 특성을 우리 몸 밖에서 재현한 암 모델로, 환자의 암 조직을 소량 채취해 몸 안에 있을 때와 같은 상황에서 배양한 암 조직 유사체다. 배양 접시 바닥에서 2차원으로 암 세포를 배양하는 경우와 달리 3차원으로 배양하면 암 조직의 기능과 구조까지 평가할 수 있다.
폐암은 암 사망 원인 가운데 1위로 수술 및 항암제에 있어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한 암이다. 하지만 폐암은 세포 특성과 유전체 변이 특성이 다양해 환자마다 모두 다른 암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성을 보인다. 따라서 항암제 개발과정에서 쥐나 토끼같은 실험동물도 많이 필요해 이를 대체할 암 오가노이드의 개발이 절실했다. 장 교수팀은 환자의 폐암 조직을 소량 채취해 생체와 비슷한 구조에서 3차원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폐암 세포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여러 성장인자들을 조합해 최적화한 배양액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정상세포가 아닌 암 세포만 자라게 해 생체와 비슷한 암 조직구조를 이루게 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배양된 환자의 폐암 조직은 살아있는 상태로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어 시험관 안에서 다양한 항암제로 시험 치료를 한 뒤 최적의 항암제를 선택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었다. 또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실험동물을 대신할 수 있고 신약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장 교수는 “독자적인 암 오가노이드 배양기술을 확보했다”며 “폐암뿐만 아니라 대장암, 위암, 간암 등에서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더 많은 환자들이 최적의 항암제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핵심기술사업 등에 선정돼 진행됐고,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9월호에 실렸다. 또 이번 연구는 정상세포를 제외하고 폐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키워 암 조직 구조를 이루게 하는 배양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이 연구 결과가 실린 논문집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의 편집진으로부터 ‘주목할 만한 연구’에 선정됐다.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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