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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교수는 제왕…눈밖에 나면 앞길 캄캄

등록 2005-12-26 19:20수정 2005-12-26 19:25

조작 입닫게한 군대식 연구실 풍토
조작 입닫게한 군대식 연구실 풍토
조작 입닫게한 군대식 연구실 풍토
이공계의 ‘군대식’ 연구실 풍토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을 계기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공계 연구실에 일하는 사람들은 “연구실에서 민주적인 토론과 문제제기는 꿈도 꿀 수 없고 군대보다 더한 상명하복의 질서만이 존재한다”며 “또다른 황우석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이공계 연구실이 민주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위취득·취업권 쥐락펴락
교수의 집안잡일까지 대신

교수는 제왕…찍히면 끝=이공계 석·박사 과정에 다니는 학생들은 교수를 학위 취득과 취업 추천권 등 학생의 목숨을 쥔 ‘제왕’이라고 묘사했다.

ㅅ대 김아무개(석사과정)씨는 “지도교수와 싸운 뒤 해당 학문을 계속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ㅎ대의 유아무개씨는 “우리 실험실의 한 연구원은 2월에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연구실에 일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막바지 작업까지 도와주느라 11월이 돼서야 실험실을 떠났다”고 말했다. 지도교수가 갖고 있는, 논문을 취소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권리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집안의 가장이나 군 미필자의 압박감은 더욱 크다. ㅅ대 이아무개(석사과정)씨는 “박사과정에는 기혼자가 많은데 경제형편이 좋지 않으면 프로젝트에 참여해 어느 정도 학비를 보충해야 한다”며 “프로젝트를 원만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고 당연히 교수들의 입김도 세어진다”고 말했다. ㅅ대 신아무개(석사과정)씨는 “대학원을 그만두면 바로 군대에 가야 한다는 점이 약점”이라며 “보고서 마감 기한이 얼마 안 남았을 때 며칠씩 집에 못 들어가면서 일하는 건 대다수 군 미필자들”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에도 3~5년 동안 교수 밑에서 ‘봉사’하는 것이 관례다. ㅅ대 김씨는 “제대로 된 논문을 쓰려면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논문 심사와 취업 추천권을 쥐고 있는 교수가 쓸 만한 인재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연구 대신 교수의 ‘집안 잡일’까지 맡는 경우도 허다하다. ㅅ대 김씨는 “심지어 아들 컴퓨터까지 들고 와 고치라고 했다”며 “연구비 정산, 우편물 보내기, 전자제품 수리가 모두 연구원들의 몫”이라고 얘기했다.

“월화수목금금금…퇴근시간 따로 없어”=황 교수는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달력’에 따라 연구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렇게 주말도, 쉬는 날도 없이 연구에 매달리는 것은 황 교수 연구실만의 일이 아니다.


ㅎ대 유씨는 “8개월간 연구실에서 일하며 매주 하루도 쉬지 않고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했다”고 말했다. ㅅ대 김씨는 “교수가 퇴근하지 않고 남아 있으면 모두 늦게까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연구원) 생활 오래 하면 집안이나 친구들과 관계가 다 끊긴다”며 “연구를 관두고 치·의학전문대학원에 갈까 하는 사람도 주위에 많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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