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띠 모양으로 물집이 생기고 해당 부위에 신경통이 매우 심한 대상포진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통증 그 자체로 매우 괴로운 질환이다. 어릴 때 수두에 감염됐거나 예방접종을 받은 뒤 해당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중년층 이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생긴다. 최근 이에 걸리는 환자 수가 늘고 있는데, 특히 50대 여성에게 많고 한여름인 7~8월에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2018년 건강보험 자료 가운데 대상포진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4년 약 64만명에서 지난해 72만명으로 12%가량 늘었다. 한 해 평균 3%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로는 2018년 기준 여성 진료 인원이 44만명으로 남성의 1.6배였고, 나잇대별로는 50대 환자 수가 17만7천명으로 가장 많아 전체의 24.5%를 차지했으며 50대 이상 진료 인원이 전체의 63%로 나타났다.
젊은 층에서도 대상포진 환자가 드물지 않았는데, 20대는 4만3천명(전체의 6%), 30대는 8만4천명(12%)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정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여성의 면역력이 남성에 견줘 약하기도 하고 아플 때 병원을 찾는 비율이 더 높아 여성 환자 수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50대 이후에서 환자가 많은 것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떨어지고 암이나 당뇨같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만성질환 환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대상포진 환자도 같이 증가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30~40대에서 대상포진 환자 수 증가 폭이 커지는 것도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상포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들에 대해 월별 환자 수 분포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7월~8월에 다른 달보다 진료 인원이 다소 많았다. 조 교수는 “무더위에 따른 체력 저하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대상포진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몸의 한쪽으로 띠 모양의 발진과 물집이 주요 증상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느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가슴과 얼굴에 잘 생긴다. 가슴 부위에 생길 때는 피부에 발진이나 물집이 잡히기 전 며칠 전부터 심한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척추 질환, 담석이나 결석, 협심증 등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부에 나타난 증상은 2주에서 4주가 지나면 흉터가 남거나 약간 검게 변하면서 치유가 되나 통증은 신경 손상 때문에 점점 심해진다. 조 교수는 “통증의 양상은 찌르는 듯하다거나, 전기가 오는 것 같다거나, 화끈거리는 것처럼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옷깃만 스치거나 바람만 닿아도 통증이 생기는 양상으로 변해간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이 얼굴에 생기면 드물게 뇌수막염, 실명, 안면마비, 청력 손실 등과 같은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등 적절히 치료하면 통증은 피부 증상이 생긴 뒤 1~2달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3~4달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데, 이런 경우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 부른다. 이런 경우 신경차단술이라는 시술로서 통증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예방접종이 나와 있는데, 50살 이상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질병 등이 있는 경우 접종이 추천된다. 예방접종을 받으면 대상포진이 아예 나타나지 않거나 혹시 생기더라도 증상이 경미해져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진행되는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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