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보건통계 2019
최근 10년 동안 의료비 증가폭이 심상치 않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치보다는 낮지만 증가율은 오이시디 평균보다 3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의료비가 많이 드는 노인 인구 비중이 높아지는 고령화 속도 등을 감안하더라도 과다한 의료 이용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오이시디 보건통계 2019’ 보고서를 보면, 우리 국민이 1년 동안 보건의료에 지출한 금액 총액을 의미하는 경상의료비는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 대비 7.6%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치인 8.8%보다는 낮게 나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증가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한해 평균 6%씩 증가해, 오이시디 평균 증가율인 1.8%에 견줘 크게 높았다. 현재 증가율로 보면 수 년 안에 오이시피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의료비 비율의 증가율은 2000년대에는 11.9%로 크게 높다가 2010년대에는 7.9%로 낮아졌다”며 “하지만 2013년부터 다시 증가율이 높아지기 시작해 지난 2018년에는 9.7%까지 도달해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의료비 비율은 8.1%로 추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팔라진 의료비 증가폭으로 국내 총생산 대비 의료비 비율이 조만간 오이시피 평균치에는 도달한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의료비 증가폭이 커진 데에는 의료비를 많이 쓰는 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아지는 점과 함께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 고가의 검사가 잦아지는 등 의료 이용의 과다 측면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인구 대비 엠아르아이나 병상 수, 병원 방문 일수 등이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며 “정부가 전체 의료비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보건통계 2019
이번 보고서에서도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엠아르아이 보유 대수는 인구 1백만명당 29.1대로 오이시디 평균치인 17.4대보다 약 1.7배 수준이었고,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의 경우 38.2대로 역시 오이시디 평균치인 27.8대보다 크게 많았다. 게다가 병상 수와 병원 방문 일수 등은 오이시디 최고 수준이었는데, 인구 1천명당 병상 수는 12.3개로 오이시디 평균치인 4.7개보다 3배 가량이었다. 한해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일수는 16.6회로 오이시디 평균의 2.3배 가량이었으며 회원국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입원 일수 역시 우리나라가 한해 평균 18.5일로 오이시디 평균치인 8.2일의 2.3배 가량이었다. 하지만 의사나 간호수 수는 오이시디 평균치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최하위 수준이었다. 인구 1천명당 의사, 간호사 수는 우리나라가 각각 2.3명, 6.9명으로 오이시디 평균치인 3.4명, 9명에 견줘 크게 적었다. 우리 국민들은 병원을 자주 찾거나 입원하지만, 의료 인력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값비싼 검사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계속 되고 있는 셈이다.
자료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보건통계 2019
기대수명이나 비만 수치 등 건강 지표에서는 우리나라 성적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기대수명의 경우 우리나라가 82.7살로 오이시디 평균치인 80.7살보다 2년이나 많아 오이시디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과체중이나 비만에 해당되는 비율은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2번째로 낮았으며, 흡연율이나 줄 소비량은 오이시디 평균 수준이었다. 다만 자살에 의한 사망은 감소 추세이기는 하지만 인구 10만명당 24.6명으로 여전히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치인 11.7명의 2배 수준이며, 회원국 가운데 2번째로 높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