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40대 후반의 미혼 남성으로 가족과 단절된 상태로 혼자 살고 있다. 발 궤양과 수술로 걷기도 어려운데, 당뇨합병증으로 시력도 잃어가고 있다. 매일 아침 인슐린주사, 혈당 측정 등의 당료관리뿐만 아니라 식사·청소·목욕 등 일상생활도 어려운 처지다. 간혹 지인들이 도와주는 것 말고는 근처 사회복지관서 일주일에 두 번 반찬 배달받는 것이 사회서비스의 전부다. 집에서 치료를 원했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대상이 되지 않아 일정 기간 가정간호 서비스를 받다가 결국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이에 반해 어릴 적부터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 1급 ㄴ씨(28)는 24시간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가족과 함께 집에서 지내며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진료가 필요할 때는 통원이나 집까지 찾아오는 가정간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가정간호는 지속적인 치료 및 간호가 필요할 때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가정전문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제도다.
이달부터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ㄱ씨와 같은 만성질환이 있고 가족의 돌봄이 부족한데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장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가정간호를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 가정간호를 받았던 환자는 여러 가지 튜브를 꽂고 모든 것을 의존해야 하는 생활을 했다. 요양시설 등이 부족했던 때라 가족 중 한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여러 가족이 시간대별 조를 짜서 간호를 했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간호를 하고 있는 가족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요양시설이 많이 생겨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가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 보건소가 제공하는 방문건강관리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방문간호·방문요양, 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등 다양한 제도와 서비스가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는 필요할 때 언제든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고, 요양시설은 노인장기요양 등급만 받으면 장기간 입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집에서 요양을 하고 싶어하는 환자는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다. 가정간호가 연계되면 퇴원해도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가정내 돌봄(요양 등 복지)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병원 재입원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21년 동안 가정간호를 해오면서 많은 퇴원환자를 상담하고 집으로 간호를 하러 다닌 경험에 비춰봤을 때 노인인구의 빠른 증가와 많은 사회적 비용 증가,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서비스는 국가적 과제로 시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정간호 현장 전문가로 몇 가지 의견을 제안해본다.
첫째, 지역사회 통합돌봄서비스를 진행할 때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보다 기존 제도를 연결시키고 통합하는 체계가 가장 중요하다. 수가체계나 재정지원을 한다면 이러한 부분에 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통합돌봄서비스는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제도정착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내 많은 병원들은 지역사회와 네트워크가 되지 않고 치료만 담당해왔지만 병원과 지역사회 연결은 가정간호체계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25년 동안 구축한 의료기관 가정간호는 좋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기존 제도에서 이뤄지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서비스는 단계적으로 법적 틀을 마련해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의료측면에서는 의사의 방문진료, 재활서비스(특히 작업치료), 치과진료 등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대해서도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제도 도입의 효율성과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현장 전문가의 의견청취가 필요하다.
둘째,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대상자를 발굴해 적용해야 한다. 셋째,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모델이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집으로 퇴원하는 환자의 연계체계가 구축된 가정간호환자를 대상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서비스 적용이 시범적으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송종례 한국가정간호학회 정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