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전 사고 기록은 없어”
전문가들 “세포 정전사망 희박”
서울대는 21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2003년 가을 3~4시간 동안 정전사고가 나 세포덩어리 100여개 가운데 2개만 남고 죽었다”는 발언(?5c<한겨레> 12월20일치 4면 참조)과 관련해 “그해 10월2일 밤 9시부터 10시10분까지 70분 동안 미리 예고한 정전이 한 차례 있었으나 이밖에 9~11월 정전사고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올해 6월7일 관훈토론회에서 “2003년 천신만고 끝에 지구상 최초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해 ‘콜로니’라는 세포덩어리를 100여개 복제했는데, 정전사고로 2개만 남고 모두 죽었다”며 “안규리 서울대 교수에게 ‘만약 내일 아침 2개마저 죽는다면 서울대 영안실 하나를 예약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가을 한 신문에 실은 칼럼에서도 “예고 없는 대학 내 정전이 서너 시간 이어졌고, 그날 저녁 배양접시에 단 두 개의 콜로니만이 살아 있었을 뿐”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당시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정전 사고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고, 배아줄기세포주는 이미 2003년 2월께 수립돼 있었다고 증언해 세포덩어리가 죽었다는 황 교수의 상황 설명이 정확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날 “당시 수의대 건물은 비상발전기가 가동됐지만, 가건물 실험실은 비상발전 시스템 범위 밖에 있었다”며 “비상발전 시스템이 없을 경우 설치하는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는 해당 실험실이 설치하게 돼 있었고, 실험실에 이 장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설령 정전 사고가 일어났다 하더라도 세포가 죽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 줄기세포 연구자는 “세포들은 보통 이산화탄소가 차 있는 무균 인큐베이터에서 배양된다”며 “실수로 인큐베이터 문을 열기 전에는 70분 만에 세포가 죽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생명과학자도 “인큐베이터에는 보통 물이나 공기주머니를 둘러싸 온도를 유지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어 정전이 돼도 온도가 4~5시간은 유지될 수 있다”며 “정전으로 세포가 거의 다 죽었다는 황 교수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언론은 이날 서울대 건축환경계획연구실 인터넷 사이트(home.snu.ac.kr)에 2003년 9월22일 “주말 동안 서울대 전기공사로 정전이 돼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했습니다”라는 글이 실린 화면을 캡처해 2003년 정전 사고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실 관계자는 “보도된 화면 캡처 사진은 실제 연구실의 인터넷 사이트와는 디자인이 완전히 다르다”며 “2003년 당시에도 연구실 사이트의 디자인은 지금과 똑같았던 만큼, 이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정애 이근영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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