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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황교수 “줄기세포로 수술하자” 제안… 새로운 ‘윤리 논란’

등록 2005-12-21 17:33수정 2005-12-21 18:17

체세포 제공 척수장애소년에게 “맞춤형 줄기세포로 수술하자” 제안 사실 밝혀져
황우석 교수 연구와 관련해 새로운 윤리논란이 불거졌다.

<오마이뉴스>는 20일 황우석 연구팀에 10살 난 척수장애 아들의 체세포를 기증한 김제언 목사의 인터뷰를 실어, 황우석 교수가 김 목사 부부에게 아들의 체세포를 이용해 만들어진 ‘맞춤형 줄기세포’로 인체 시술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2002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입은 10살 난 아들의 체세포를 기증한 김제언 목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는 아들에게 ‘반드시 걷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며, 아들의 체세포로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해 미국 뉴욕의 슬로언-캐터링 암센터에 샘플을 보냈다고 말했다”며 “올해 5월과 10월 ‘수술하자’며 임상실험을 제안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황 교수의 이런 약속은 10~11월, 또다시 내년 10월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황 교수의 제안에 따르자면, 김군이 제공한 체세포는 맞춤형 줄기세포 2번을 만드는 데 쓰인 것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황우석 교수는 ‘임상실험’을 제안할 정도로 체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줄기세포에 확신을 갖고 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피디수첩>팀이 취재 과정에서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DNA 지문분석에서는 환자의 체세포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줄기세포 임상실험까지 10년은 지나야

황 교수의 번복으로 임상실험(수술)은 연기됐지만, 초기 연구수준에 머물고 있는 체세포 줄기세포 연구 과정에서 사람을 상대로 임상실험을 하려 했다는 사실 때문에 윤리 논란을 부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초보단계인 맞춤형 줄기세포는 최소 10년 이상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20일 소아난치병 전문의인 김중곤 교수 등 서울대 의대 교수 등 21명은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 세포주 논란에 대한 의학적 입장'의 성명에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 세포주가 확립된다 하더라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불확실성·안전성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들이 매우 많다”며 “심도 있는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배아줄기세포를 간 세포 치료에 이용하려면 배아줄기세포를 간 세포로만 분화시킬 수 있는 제어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배아줄기세포의 연구 수준은 특정 종류의 조직이나 장기로 분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해 다른 세포로 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줄기세포 분화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암 등으로 변하지 않고 정상 세포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 안전성도 확보해야 하며, 성장 조절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치료 가능성 여부와 면역거부 반응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환자 체세포를 복제해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주입할 경우 같은 질환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난자의 미토콘드리아가 그대로 남아 있어 면역거부 반응을 불러와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또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부산대 의대 정진섭(생리학교실)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하면 80~90% 이상 암이 생기기 때문에 그 자체가 암세포나 마찬가지”라며 “임상실험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암이 생기지 않도록 분화조절하는 능력, 필요한 세포로 분화되도록 하는 조절 능력 등 장기나 조직의 분화 방향과 증식 조절이 가능해야 실용화할 수 있으며, 이런 안정성을 획득한 이후에야 사람을 상대로 임상실험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중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에서 “지금 사람에게 실험을 해서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은 80% 이상”이라며 “사람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은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병현 인하대 의대 교수도 <오마이뉴스>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인간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배아복제를 반대하는 과학자모임의 길원평(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회장도 지난 9월 부산대에서 열린 ‘인간배아복제와 생명윤리' 세미나에서 “배아복제로 얻은 배아줄기세포로는 암 발생의 위험과 유전자 발현의 불안정성 때문에 사람에게의 임상실험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임상실험 제안, 논문 조작보다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

때문에 과학도들이 모이는 브릭(BRIC, 생물학연구정보센터) 게시판에서도 황 교수의 인체 시술 제안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nano...’는 “의료연구나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가 이에 참여하는 환자나 신체조직 기증자에게 ‘치료라는 환상(therapeutic misconception)’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연구윤리상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암 발생의 가능성, 배아줄기세포의 노화, 배아줄기세포가 특정세포로 분화되도록 제대로 조절될 수 있을 것인가, 면역학적 거부반응 등에 대한 등에 대한 과학적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더구나 동물실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상실험을 제안한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황 교수 언행의 심각성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임상시험을 권유하는 것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을 매우 위험한 행위이며 이는 논문 조작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으로 연구윤리와 과학 정직성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는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농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라고 밝힌 ‘aura...’는 “황 교수 연구가 100% 발표대로 사실이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려면 줄기세포를 원하는데로 분화시키는 기술, 분화를 멈추는 기술(이걸 못하면 암이 됨), 면역반응 콘트롤, 실제적인 이식의 기술, 이식 후 몸속에서 원하는대로 기능하게 하는 기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이런 기술들은 엄청난 동물실험으로 확립된 뒤에도 인체에 시술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결단을 요구한다”며 인간의 존엄성은 어떤 경우에라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hakk...’는 “현재로서는 줄기세포가 암으로 변질될 확률이 80%인데, 이를 통제할 기술이 없는 상황”이라며 “임상실험을 제안했다는 것 자체가 과학자로서 무책임한 행동을 한 것이며, 이것 자체가 문제”라고 밝혔다.

일부 과학도들은 연구 내용을 임상에 적용하는 부분과 관련한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pure...’는 “의과대학 교수가 아니라 수의학과 교수이기에 그런 발언이 쉽게 나온 것 같다”며 “수많은 사업체와 학교 연구실에서 황 박사와 같은 접근방식을 가지고 연구중이다. 빨리 법과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par...’도 “황 박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인 전체의 문제다. 우리의 연구가 환경이나 사회에 사용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임상시험 제안 ‘단순한 립서비스’ 시각도

그러나 ‘pkt9...’는 “너무 과대해석 하는 것 아니냐?”며 “환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빨리 치료해주기 위한 열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에서 나왔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haan...’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립서비스(lip service) 수준의 발언인 듯 하다”라며 “임상실험에 필요한 여러 단계와 법적 제약조건들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저 빨리 기술개발해 치료해 주겠다 정도용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작년 4월1일부터 <세계의햑대회헬싱키선언>의 도덕원칙에 기반해 공정하고 인격을 존중하도록 하는 ‘의료기기임상실험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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