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대에 출근하는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연구 결과에 대한 검증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19일 오전 입을 굳게 다문채 서울대 수의대에 출근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연합뉴스)
2004년 논문에도 의혹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 조작에 이어 2004년 사이언스 논문도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새벽 디시인사이드 과학갤러리의 ‘병아리’는 ‘2004 황/미즈메디 논문 사진 비교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즈메디 병원 연구진이 같은해 <스템셀>(Stem Cells)에 제출한 논문 ‘사람 배아줄기세포의 동결에 미치는 제4형 콜라겐 및 라미닌의 효과’ 사진이 비슷한 시기에 제출된 2004년 3월 황교수 논문의 사진이 겹친다고 밝혔다. 여기서 ‘겹친다’는 것은 하나의 접시에 올려놓고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위쪽 것은 잘라 미즈메디 논문에 사용하고, 아래쪽 것은 황박사 논문에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디시인사이드 과학갤러리 누리꾼들과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회원들은 미즈메디의 사진B는 수정란에서 얻은 줄기세포이고, 황 교수의 사진D는 체세포 핵치환 배아줄기세포임에도, “하나의 접시에 올려 놓고 함께 사진을 찍은 것 같다”며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을 찍어 핵치환 배아 줄기세포로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템셀 논문의 저자에 김선종 연구원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과학도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연구원은 2005년 논문에서 줄기세포 2개를 데이터 조작을 통해 11개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때문에 김 연구원이 2004년 논문에서도 같은 일(조작)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통쾌’는 “세포 두 개. 즉 B, D를 같은 접시에 놓고 찍은 뒤 잘라 B사진과 D사진이 나온건데, B는 수정란 세포로, D는 체세포 쪽 논문으로 들어갔으니...”라며 “이 두개가 같은 곳에 배양될 리가 만무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왼손잡이’는 “단순한 사진중복일 수도 있지만 역시나 2004년 논문에서도 데이터에 ‘인위적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암튼’은 “황우석 논문과 미즈데디 논문의 사진들은 항상 섞여 있네요. 왜일까요?”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브릭(BRIC)의 ‘youn’이라는 회원도 “귀중한 세계 최초 배아줄기세포주가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한 접시에 놓여진 채로 사진이 찍혔다는 것은 상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만약 조작이 아니라면 연구비가 부족해서 접시 하나라도 아껴야 하는 연구실에서조차 하지 않는 일이 황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일어난 것”이라며 “이번 사진 중복은 2004년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강한 의혹을 제시해 준다”고 설명했다.
또 2004년 논문의 일정도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황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황 교수팀은 2003년 가을 정전으로 줄기세포군 100여 덩어리가 죽고 2개밖에 남지 않았는데 12월 들어 줄기세포주를 확립해 DNA분석을 마치고 논문을 완성해 같은 달 9일에 게재신청을 했다. 이는 배아가 만들어져 진짜 줄기세포로 되기까지 3개월은 걸린다는 전문가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미즈메디병원 논문의 저자는 ‘김선종, 박종혁, 이정은, 김진미, 이정복, 문신용, 노성일, 김철근, 윤현수’다. 논문이 발표된 시점은 황 교수 논문 뒤이지만 논문 제출은 미즈메디 병원 논문이 2003년 11월 24일, 사이언스 논문이 2003년 12월 9일로 앞선다.
◇ 2004년 논문, 디엔에이지문도 오류
2004년 논문과 관련해서는 사진이 겹치는 것 외에 디엔에이지문에도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서 미국의 과학저널인 <뉴사이언티스드>는 생명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2004년 논문의 디엔에이지문(핑거프린트)에 있는 피크의 기울기가 잘못됐으며, 이는 원데이터를 조작하는 과정에 발생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도 이날 “2004년 연구논문의 핵심 사항인 디엔에이지문의 타당성에 대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 논문은 난자에서 핵을 빼내고 그 난자를 제공한 여성의 체세포 핵을 집어넣어 만든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는 모두 242개 난자가 사용됐고, 이 가운데 한개의 줄기세포 배양이 성공했다.
브릭의 다른 회원들도 사진 논란과 함께 2004년 논문의 DNA 지문 그래프 조작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디엔에이 지문 그래프는 봉우리 모양이 피라미드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져야 하는데 조작된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jkim...’는 “처음 진위문제를 접할 때는 ‘설마 그럴 리가?’했다. 사진 겹침을 보고 ‘이럴 수가?’ 황당했다. DNA fingerprinting 보고 ‘너무하네!! 심하네!!’ 화가 났다”며 “오늘 또 거짓 데이타가 나온 걸 보니 ‘구제불능 인간들이네!!’하는 심정이다. 이젠 더 실망하기도 지친다. 지쳐”라고 글을 남겼다.
‘skua...’는 “2004년 사진도 조작됐다면, 논문취소 요청을 해야 하나? 이러다 사진이 들어가는 논문으론 외국에는 절대 올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원천기술이 있다더라도, 사이언스의 2004, 2005년 논문의 사진이 조작되었다면 더 큰 문제 아닌가? 심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 영롱이도 조작?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 모두에서 사진 및 디엔에이지문 조작 등 의혹이 커지면서 영롱이, 스너피 등 황 교수 연구 전반에 대한 진위 여부까지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황 교수가 할구분할 방식에 의한 복제 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1998년 핵치환 방식으로 체세포복제 젖소인 영롱이를 국내 최초로, 세계에서 5번째로 탄생시켰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할구분할 방식이란 수정란을 둘로 쪼개 자궁에 착상시켜 쌍둥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만약 두 조각 가운데 하나를 먼저 개체를 만들고, 남은 조각은 냉동해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또 다른 개체를 만들 경우 두 개는 나이 차이만 날 뿐 유전자는 똑같은 쌍둥이가 된다는 것이다. 당시 황 교수는 영롱이 복제 성과에 대해 언론 등에 발표만 했을 뿐 국내외 유수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영롱이도 체세포 복제소가 아니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은 황 교수에게 영롱이와 어미소의 체세포 등을 요구해 검증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료의 상태가 불량해 디엔에이 검사는 실패했고, 피디수첩이 다시 요구했으나 황 교수는 거절한 상태다. 이에 대해 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우리들끼리 영롱이는 너무 튼튼하다고 말한다. 복제동물은 돌리에서 보듯 일찍 죽거나 병에 걸리는 게 상식인데 영롱이는 병도 걸리지 않고 튼튼하고 새끼까지 낳았다. 복제동물이 새끼를 낳았다는 것은 세계 토픽감이다”라는 말로, 우회적으로 영롱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 <요미우리> 스너피 조작 의혹 보도
이런 가운데 생명공학회사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사의 복제 연구가인 로버트 랜저 박사가 19일 <요미우리신문>과의 회견에서 <사이언스>에 발표된 인간복제 배아에 의한 줄기세포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복제 개 탄생에 관련된 논문에서도 적어도 3~4개의 의혹이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황 교수가 배아를 분할, 쌍둥이와 다태아를 만들어내는 기술의 전문가”라며 개 복제를 위조하는 것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그는 <사이언스>에 발표된 인간복제 배아에 의한 줄기세포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복제 개 탄생에 관한 논문에 대해서도 황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의 디엔에이 분석 등 공동 검증을 제의했던 자신들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법의학교실)는 <한겨레> 취재 과정에서 “체세포 복제가 아예 없었는지, 줄기세포로만 분화를 못 시켰는지에 대해서도 검증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며 “2004년 논문, 스너피, 영롱이도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릭 게시판에서 ‘ctan...’도 “과학전문 기자들이 말하기를 이렇게 논문을 조작하는 사람들은 그 논문이 조작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수년전, 어쩌면 그 이상을 계속해서 데이타 조작, 결과 조작, 수치조작 등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며 “2005년 것이 이미 조작이라고 거의 판명된 이상 2004년 것뿐만 아니라 스피너, 다른 황우석씨의 모든 연구에 일단 거짓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이라며, 그의 모든 연구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스템셀에 실린 미즈메디 연구팀 논문 사진(사진B)과 황우석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사진(사진D). 출처 : 디시인사이드 과학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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