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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타미플루 부작용 설명 안 한 약사는 ‘복약지도’ 의무 위반

등록 2018-12-26 13:41수정 2018-12-26 14:37

약사법에 ‘복약지도’ 위반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하도록
“환각 증세와 타미플루 인과관계 명확하지 않아, 약 끊으면 안 돼”
2009년 인천국제공항 검역관들이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서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점검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2009년 인천국제공항 검역관들이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서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점검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숨진 중학교 1학년 ○○○의 고모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타미플루 부작용을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게 만들어서, 우리 ○○처럼 의사, 약사에게 한마디도 주의사항 못 들어서 허망하게 가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주세요.’(12월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부산에서 타미플루를 복용한 중학생이 추락사한 이후에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의사와 약사가 의무적으로 타미플루의 부작용을 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사건 이후 병원·약국 등에 주의와 협조를 요청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4일 병원과 약국 등에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해 “10살 이상 소아 환자에게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복용 후 이상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 사고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알리라”고 주의를 요청했다. 이어 26일에는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등에 ‘협조 요청서’를 보냈다. 협조 요청서에는 ‘타미플루 등 오셀타미비르 제제의 처방·조제 시 의약품 복용 시 주의사항 등에 대해 충분한 안내와 설명을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26일 오후에는 복지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사협회 등이 함께 회의를 열어 타미플루 부작용 안내와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행법으로도 의약품 부작용을 환자에게 알려주는 것은 의사와 약사의 의무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2조(보건의료서비스에 관한 자기결정권)에는 ‘모든 국민은 보건의료인으로부터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 방법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한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특히 의약품과 관련해서, 약사는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 지도’(服藥 指導)를 ‘구두’ 또는 환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설명한 ‘문서’로 제공하도록 정해뒀다(약사법 제24조 의무 및 준수 사항). 보통 약국에서 ‘하루 3번 식사 후에 복용하십시오’ ‘약을 먹으면 졸음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는데 이게 ‘복약 지도’에 해당한다. 약 봉지에 쓰여 있는 복용법과 주의사항으로 ‘복약 지도’를 대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복약 지도를 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제한 약을 환자에게 전달할 때 약의 효능, 효과, 부작용을 설명하는 것은 약사의 당연한 의무와 역할”이라며 “대형 약국 등에서는 문서로 복약 지도를 자세히 해주는 편인데 약국마다 편차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중학생의 부모는 의사나 약사로부터 환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전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병원, 약국 등에서 제대로 복약 지도를 받지 못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복약 지도를 좀 더 강하게 강제할 방법은 없을까? 복지부 관계자는 “과태료 처분이 아니라 형벌 조항을 추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의사와 약사들이 타미플루 부작용 설명을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의사와 약사가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때 ‘먹으면 안 되는 약’이나 ‘임산부가 먹으면 안 되는 약’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부적절한 의약품 사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에 10살 이상 청소년에 대한 타미플루 부작용을 추가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다만 타미플루와 신경이상 증세의 인과관계가 아직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형아를 유발하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금지되는 약처럼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디유아르 경고 알림을 띄울 수 있는데, 타미플루 부작용은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디유아르 경고 알림이 너무 많아지면 의사, 약사가 오히려 이를 무시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교수(감염내과)는 2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일본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환각증상을 겪는 청소년들의 문제가 타미플루와 연관 있는지 조사하는 연구가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았다”며 “인플루엔자 자체도 합병증으로 환각증상 등 신경이상 증세를 많이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타미플루 때문이 아니라 고열로 인해서 환각, 환청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증상을 빨리 완화시켜 합병증을 막기 때문에, 부작용 걱정 때문에 치료를 중단할 필요는 없고 자녀가 환각 증상을 호소하는지 부모님들이 잘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에게 타미플루 처방 자체를 금지하는 ‘극약처방책’이 나올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일본에서는 타미플루를 복용한 청소년들이 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숨지자 일시적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타미플루 처방을 금지했다가 지난 8월 처방을 다시 허용한 바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본처럼 청소년에게 처방을 금지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열이 많이 나는 것은 위험하므로 약을 임의로 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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