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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힘 빼고 느리게, 무술이 건강법으로

등록 2017-09-20 06:56수정 2017-09-20 07:07

수련,지금 여기서/팔굽치기
 팔굽치기, 무릎치기, 박치기는 별다른 단련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단한 신체 부위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타격하는 방법이다. 특히 팔굽치기는 갑옷을 입고 싸우던 시대에 근접전에서 유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고류유술인 제상류(諸賞流, 백제계로 추정되는 가마타리(鎌足)를 시조로 삼고 있음)의 주특기 기술은 팔굽치기인데, 갑옷의 몸통을 쳐서 표면은 손상시키지 않고 내부만을 파괴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팔굽치기는 무릎치기와 마찬가지로 휘두를 수 있는 여지가 작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끝점 보다는 힘의 뿌리지점에 집중하게 된다. 의식의 조명이 몸통의 심부근육을 비추게 되고 점차 주안점이 허리와 두 다리의 협동적 움직임으로 옮겨가게 된다. 만약 권투에서의 훅을 연마한다고 할 때 먼저 팔굽을 횡으로 돌려치는 연습을 통해 몸통 쓰는 법을 파악한 다음 그 바탕 위에 팔의 휘두름을 더한다면 속힘이 충만한 펀치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팔굽치기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팔굽치기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팔굽치기 수련은 무술적 가치도 크지만 건강법의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이다. 결국 깊은 곳으로부터 이끌어낸 힘을 폭발적으로 사용하느냐 아니면 은근하게 퍼뜨리면서 생명력을 북돋는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의 차이인데, 묵직하게 팔굽을 넣을 때 몸 전체가 한 점을 향해 진하게 조여지는 효과는 건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힘을 빼고 느리게 동작을 수행해도 충분한 운동효과를 누릴 수 있다.

팔굽치기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팔굽치기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팔굽치기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팔굽치기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그렇다면 원래 갑옷을 부수는 용도로 발전해왔을 팔굽치기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①두팔굽돌리기: 흔히 준비운동을 할 때 팔을 펴고 큰 원을 그리면서 어깨관절을 돌리는 데, 팔을 접고 움직임의 끝점을 팔꿈치로 삼으면 회전의 범위가 더욱 커지면서 보다 깊숙한 부분의 움직임을 유도해낼 수 있다.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은, 손끝을 어깨에 놓지 말고 쇄골뼈 밑 윗가슴에 얹어놓는 것이다. 손끝을 앞쪽에 고정시켜 놓고 두 팔굽을 함께 대칭으로 돌리다가 가슴 앞에서 팔꿈치를 서로 모아주면 견갑을 붙잡고 있는 속근육들이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②내려찍기: 명치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상상하고 그 수면을 팔꿈치로 수직으로 내려찍는 다. 주먹을 쥔 손등이 앞을 향하도록 팔굽을 누르다가 타점을 통과한 이후 손등이 하늘을 향하도록 팔뚝을 내회전시키면서 뒤쪽을 찌를 태세를 갖춘다. 반대편 팔굽이 내려올 때 그에 호응하면서 뒤쪽을 찌른 후 팔굽을 한껏 들어올리며 다음 내려찍는 동작을 준비한다. 전체적인 흐름은 두 팔굽이 각각 안쪽으로 원을 그리며 순환하는 모양이다.

 ③뒤쪽찍기: 내려찍기의 반대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몸통을 옆으로 틀면서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듯이 팔굽을 들어올렸다가 뒤쪽 평면을 수평으로 찍는다. 타점을 통과한 후 주먹을 아랫배 앞으로 가져오면서 반대편 팔굽이 나갈 때 힘을 보탠 다음 그 주먹을 반대편 귀 밑으로 끌어올리면서 흐름을 이어나간다.

 이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팔굽치기를 수련할 수 있는데,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자유롭게 적용해볼 수 있지만 팔굽 모양을 만드는 것만큼은 다음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좋다: 팔이 접히는 부분에 얇은 책자를 끼웠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접는다. 그리고 손은 주먹을 쥐는데 넷째손가락이 힘의 중점이 되도록 한다. 이것은 검을 잡을 때와 같은 원리이다. 여기서 주먹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데, 마치 고개를 숙이듯 손목을 구부려서는 안되며 오히려 손목이 손등 방향으로 살짝 들리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 손날에서부터 팔꿈치까지 긴 칼날이 형성된 느낌을 잃지 않도록 한다.

 비유하자면, 무예동작은 몸 전체에 전시동원령을 내리는 것과 같다. 격투라는 상황은 신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이 된다. 무술 동작을 응용한 건강법은 결국 고도의 집중이 일궈낸 결과물을 지혜롭게 용도 전환하는 것이다. 살심(殺心)을 먹고 자란 열매가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한다는 역설. 기분 좋게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이 역사적 산물을 새롭게 반복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글 사진 동영상/육장근(전통무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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