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살충제 달걀’에 대한 (건강) 위해성 발표 내용을 보면, 국민 우려와는 달리 건강에 문제가 거의 없다는 설명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친환경 농가에 대한 부실한 관리, 일관성 없는 정부의 초동 대처 등이 생소한 살충제 성분에 대한 두려움과 맞물려 국민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식약처는 피프로닐·비펜트린·에톡사졸·플루페녹수론·피리다벤 등 살충제 5개가 검출된 달걀을 먹었더라도 한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내 피프로닐 최대 검출량(0.0763ppm)이 유럽 최대 검출량(1.2ppm)의 16분의 1 수준이란 점도 이유였다. 식약처는 18일 외부 전문가 자문을 받아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했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성인이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을 평생 하루 2.6개를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이번 위해성 평가에서는 쌀, 수박, 가지 등 다른 농산물에 든 살충제 성분까지 섭취했을 때를 모두 고려해 평가한 것”이라며 “위해성 기준치를 위해를 일으킬 수 있는 양의 100분의 1로 설정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먹는 수준으로는 위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국민 불안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달걀에 든 살충제 성분이 급성 독성을 일으키기엔 그 양이 너무 적어 위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국민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닭에 써서는 안 되는 생소한 성분의 살충제라는 것에 불안감이 커졌으며, 유럽에서 문제가 된 성분에 대해 국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던 정부가 뒤늦게 말을 바꾸는 바람에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살충제 달걀’ 얘기가 나와 이미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국내 달걀에서도 검출되니 크게 놀라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림부와 식약처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25곳을 추가로 발표한 17일 경기도 양주시 한 농장에서 양주시청 직원들과 농장관계자들이 달걀 전량을 폐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오락가락 행태를 보인 식품행정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식품 분야 전문가는 “식약처장이 국내산 달걀에는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다가 피프로닐 성분 등이 검출된 달걀이 나왔고, 달걀 껍질 표시만 보고 해당 달걀을 먹지 말라고 했지만 그 표시마저 엉망이라는 사실은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식약처 발표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진호 서울대 약학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검출된 5개 살충제 성분 가운데 일부는 독성이 강하고 일부는 발암성이 있다”며 “게다가 살충제가 든 달걀을 지금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먹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전성을 단언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때도 유해물질 허가, 생산, 판매, 사후관리 모두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됐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총체적인 난맥상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송/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기용 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