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나라 사이트에 게시된 ‘피리다벤’ 설명자료.
피리다벤(Pyridaben) (독성) 급성독성이 경구흡입경로에서 나타나고 피부노출에서는 나타나지 않음.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발암성 및 유전/신경/생식독성은 없음
(인체노출안전기준, ADI) 매일 평생 노출되어도 안전한 안전기준은 0.005㎎/㎏ b.w./day이며, 이는 성인(60㎏)이 하루 0.3 ㎎/day 수준. *급성독성참고치(ARfD): 0.05 ㎎/㎏ b.w.임
윤 아무개씨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인 ‘식품안전나라’에서 ‘피리다벤’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다 이같은 설명을 발견하고 ‘멘붕’에 빠졌다. 윤씨는 이날 충남 논산의 한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기존에 검출되지 않았던 피리다벤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보고 식품안전나라 사이트를 방문했다. ‘살충제 검출 관련 계란 안전관리’라는 별도의 팝업 창을 띄워 안내하고 있지만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고 소개된 내용 역시 전문용어로 가득찬 암호문 수준이다. 식약처는 국민에게 식품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보다 쉽고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식품안전정보포털’을 ‘식품안전나라’로 개편했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프로닐(Fipronil)’에 대한 설명을 보면, ‘랫드 만성발암성시험에서 신경독성 및 간 영향 관찰. 유전독성은 없고, 랫드 특이적으로 갑상선암이 보고되었으나 인체 발암개연성 없음. 비펜트린(Bifenthrin) 랫드 발달독성시험에서 떨림증 등의 신경독성 영향 관찰, 생식, 유전독성은 없음. 마우스 발달독성시험에서 마우스 특이적 방광암 발생이 관찰되나 인체 발암 개연성 없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일반인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날 식품안전나라 사이트를 방문한 김 아무개씨는 “논산 살충제 달걀에서 검출된 피리다벤은 0.009㎎/㎏로 식약처가 안전기준이라고 한 0.005㎎/㎏을 넘는데, 아이나 노약자들이 허용량을 넘어 섭취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지 궁금해 찾아봤다”며 “국민이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가 이 정도로 엉망이라니 실망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위해 물질의 위험성과 부작용 등과 같은 정보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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